한국 남자, 멸종할 것인가?

나주 성폭행 사건 때문에 전국이 들썩거렸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상황도 그렇고, 결국은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점 등도 전국민을 경악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더 충격적이었던 점은 범인이 아동 포르노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범행에 대한 계획을 계속 세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범죄이다.

공감의 불능 = 사이코 패스

사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볍게는 자신이 이상한 짓을 하지만 남들이 왜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포함된다. 심한 경우는 자신이 하는 행동으로 인해서 상대방이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사이코패스다.

물론 이러한 사이코패스에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이런 극한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의 사이코패스 범인은 대부분 남성이다. 원시의 남성이 여성보다 근력이 더 강하고, 힘으로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여성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경향이 그 근본에는 깔려 있다. 적어도 여성을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매개체 정도로라도 생각했다면 말이다.

교육을 통해서 어느정도 남성들에게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EBS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험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손을 다친 엄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마치 자신이 다친 것 처럼 느끼는 딸들에 비해서 아들들을 엄마가 손을 다쳤거나 말거나 무심한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남성들이 관계에 대한 센스나 공감에 대한 센스가 무디다는 것을 말한다.

Source: EBS 아이의 사생활 화면 캡쳐

남성의 멸종

스탠포드에서 벌어진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Philip G. Zimbardo)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도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 있는 익명의 상황이 오거나, 상대방보다 훨씬 더 우월한 권위를 가지게 되는 상황에서는 극한의 악을 드러냄을 강조한다. 참고로 스탠포드 감옥 실험은 랜덤으로 선택된 건강한 일반인 사람들을 한편은 죄수, 한편은 교도소 간수로 나눠서 롤플레이를 시켰더니 불과 5일만에 간수들이 너무 심하게 죄수들을 괴롭혔고, 죄수역할을 한 사람들 중에 몇몇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어서 실험을 중단한 유명한 실험이다. 이러한 우리 내면의 악(Evil)은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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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TED Talk에서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최근에 남자들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가 결국 남성을 더욱 고립시키고 남성성을 더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단순히 여성이 더 대학진학률이 높고, 수능성적이 높고, 정신질환에 덜 걸리고 등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이 더 많이 비디오 게임, 사이버 섹스에 중독이 되고, 현실에서 피와 살이 느껴지는 여자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타인과의 소통능력을 상실해 가는 것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일본문화가 전면 개방되기 이전인 나의 청소년 시절에는, 변태적인 비디오나 변태적인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내 머릿속에는 일본이 연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가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는 주로 저급문화들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왜색’이라는 말은 ‘외설적’이라는 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동시에 연상되는 것은 지독한 내성적 성격과 오타쿠나 히키코모리 같은 소통불능으로 특징지어지는 일본 남성들이었다.

최근에 나는 한류에 대해서 전혀 관심 없는 나의 MBA 동기인 한 일본 여자와 ‘도대체 왜 한류가 일본에서 먹힐까?’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결론은 ‘한국 남자의 남성성’이 현재의 일본 남성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남성은 (군대 때문인지) 왠지 더 수컷 냄새가 나고, 더 근육이 있을 것 같고, 더 여성을 보호하는 매너를 가진 것 같은 이미지라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의 남성들은 수컷 냄새를 많이 상실했고, 여성보다는 자신의 일신을 먼저 생각한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한국 남자,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이리저리 돌려서 이야기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한국 남성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 공감 능력 부족으로 인해서 스스로의 멸종을 점점 앞당기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몇몇 사이코패스 범죄를 한국 남자 전체의 문제로 만드는 것은 물론 비약이다. 하지만 점점 이러한 사이코패스들의 성범죄가 나타나는 것은 한쪽 극단에서 표출되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거꾸로 이러한 사이코패스 성범죄의 장기적인 솔루션은 ‘검문검색 강화’가 아니라, ‘공감에 대한 교육 강화’라고 나는 믿는다.  심각하게는 성폭행 사건의 증가부터 우리 주변에서는 직장내, 학교내에서 여성들의 우위 현상까지, 남성들이 점점 도태되고 남성들끼리만 어울리거나 아니면 홀로 인터넷 게임/ 사이버 섹스에만 골몰하는 것은 심각한 싸인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것은 ‘교육’과 ‘관심’밖에 없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교육하시는 선생님들이 남자아이들에게 ‘공감’에 대한 교육을 더 해주고, 더 관심을 가져 주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남성들이 이 땅에서 멸망하기 전에…

“한국 남자, 멸종할 것인가?”의 2개의 생각

  1. 한국에서 한국남자들이 무너져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 좀더 심층적으로 분석 하셔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제가 느끼는 것들은 더더욱 복합적이거든요. 실지로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처럼 공감불능에 관한 대책문제에는 동의합니다. 그들은 거의 선천적 이유, 혹은 소시적 트라우마로 인해서 그 특성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인위적으로라도 사회성을 길러 나가게 하는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 남자들이 처한 상황은 이보다 더 복잡합니다. 40이 넘도록 장가를 안가는 이유, 자기만 생각하기도 바쁠수밖에 없는 이유, 여성들에 대해 냉소적이 될수밖에 없어지는 이유.. 이 현상들에 대한 근본을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느끼는건, 물질만능주의와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는 자들의 보수성과 사회적 책임 부재입니다.
    시대환경은 너무도 빨리 변해가고 있는데, 사회시스템을 통제할수 있는 능력과 위치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변화만 걱정하면서 그들이 오래 전 정해놓은 틀을 그대로 붙들어 맬려고 합니다. 이 괴리에 대다수의 한국남자들을 끼여서 요즘말대로 멘탈 붕괴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문제의 근원으로 잡으셨지만, 인터넷이 생긴 이후 오히려 소통은 옛보다 훨씬 활발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갈수록 절망적인 얘기로 가득합니다. 그 얘기들은 쉽게 무시할게 못됩니다. 똑똑한 사람이 썼건 지식이 짧은 사람이 썼건, 그것은 지금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니까요. 결과엔 항상 원인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국 남자들이 왜 이렇게 의지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감이 오실겁니다. 한국은 환경적으로 일본의 현실과 비슷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국가를 움직일수 있는 권력에 양보해야 하거나 희생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흔할수 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아닌 자본주의를 빙자한 봉건화의 특성이 상당합니다.
    저는 한국남자들 심성의 결정적인 변화의 기점을 98년 IMF구제금융 신청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이라는 짐을 졌던 수많은 남자들이 절망/자살하고, 국민들은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희생해왔지만, 지금 결과는 이러합니다. 그리고 그 frame과 반복되는 pattern에는 10여년동안 지나오면서도 별로 변화가 없지요. 그것을 보고 자라온 젊은 남자들은 어떨까요? 직간접적인 학습효과로 나타난게 바로 지금입니다.
    별 대안이 없어보이는 얘기만 늘어놔서 미안합니다. 쓰고 있는 저도 씁쓸하고 이 복잡하게 얽힌 현실들을 바꿀 힘이라곤 이렇게 글질이나 하는 것 뿐이니까요. 그 외 할수 있는건 투표권 행사뿐이겠군요. 제가 이야기 하는 대안은 아마도 유럽같은 곳이 지향하는 인본주의 중시와 사민주의등으로 이루어놓은 선진사회시스템에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돌아가는 모습은 이렇게 심각하고 복잡한데, 사람들에게 그냥 서로 소통하고 희망적인 얘기 하는 것 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근원적으로 잘못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그걸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람들은 그걸 대개 피할려고만 한다는게 문제죠. 단편적인 문제는 잘 얘기하면서 왜 근본 본론을 들어가려고 하면 싫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ps. 사족을 덧붙이면, 남자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엔 공감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감수성의 정도와 그걸 표현하는 타입의 문제죠. 남자들도 충분한 공감능력을 갖지만 대개 여자랑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잠재의식에 묻어두곤 하죠. 남자도 여자들만큼의 내면속의 수많은 트라우마들을 가지고 삽니다.
    (갠적인 생각으론 대개의 여자들 특유인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당했을때 바로 감정적으로 표현하고 나서는, 본격적인 근본문제에 대한 논의는 별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지금같이 수동적으로 끌려(휩쓸려)다니는 사회를 만드는데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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