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와 시오노나나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총 3권, 현재 1,2권 출간)를 읽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우리는 얼마나 역사책을 읽을까? 특히 비즈니스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서점에 가도 역사 코너에 들러서 역사 서적을 사기가 쉽지 않다. 눈앞에 닥친 하루하루가 너무 hectic 하고, 당장 한달후, 6개월후, 1년후의 미래의 예측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수천년, 수백년 전의 일들에 대해서 배운다는 것이 때로는 의미가 별로 없다고 느껴진다는 것도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서를 통해서 우리는 리더십에 대해서 배우고, 조직에 대해서 배우며, 국가나 조직의 경영방법에 대해서도 배운다.

대학교때부터 꾸준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꾸준히 읽게 되는 역사관련 서적 중에서 하나이다. 로마인 이야기, 전쟁 3부작 등을 지금까지 읽어왔는데, 그녀의 책은 1년에 한권씩만 나오기에 조금 감질맛이 난다.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이라고 이해하고, 책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면 이런 점이야 쉽게 용서가 된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매력이 있는 이유는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일본인이 서술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유럽인도, 미국인도 아닌, 불교도도 그리스도교도도 아닌 일본인 여성이 차분하게 풀어가는 그녀의 책들은 객관성의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이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팍스 로마나를 극찬함으로써 로마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미국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다룬다는 비판이 있지만, 나는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십자군 전쟁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십자군 전쟁도 처음부터 유럽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2권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이슬람의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요컨대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인정하고 싶다.

고등학교 세계사시간에 얼핏 다루었던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사건이 주는 의미와,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간의 다툼, 그리고 십자군 전쟁이라는 종교전쟁이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템플 기사단/ 요한 기사단 등의 유래와 역할에 대해서 지식적으로 조금 더 깊게 알게 된 점은 기본.

한 편에서는 종교전쟁이라고 생각했던 십자군 전쟁이, 막상 그것을 당하는 이슬람 세계 입장에서는 종교전쟁이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로 인해서 종교라는 구심점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제후들이 가질 수 있었던 초반의 유리한 위치는 2차 십자군 전쟁 후에 이슬람 측면에 살라딘이라는 리더가 등장할 때까지 계속된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세력다툼의 배경에는 베네치아, 피사, 아말피, 제노바 등 이탈리아의 상업도시의 경제력과 해군력이 배경이 되었다는 점. 등등…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깨달음들,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지식들.. 나는 이것들에 대해서 마땅히 세계사 선생님이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어야 했다고 졸업한지 10년도 넘은 고등학교의 세계사 선생님을 원망하면서 읽었다.

아울러 나는 이런 책을 읽으면 앵글로 색슨 자본주의의 Multi National Company들의 경영철학과 조직운영이 어떤 기원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 나름 추리해보게 된다.

세계사에는 많은 전쟁이 있었고, 많은 정복활동이 있었으며, 또 많은 식민지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십자군 전쟁은 수천 킬로미터도 떨어져 있던 나라들의 제후들이 영토분쟁도, 이권분쟁도 전혀 없는 애먼 나라들에 쳐들어와서 갑자기 수십년동안 점령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전쟁이다. 아마도 이렇게 황당한 전쟁은….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있었구나…

아무튼 얼마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9년간에 걸친 이라크전쟁은 막을 내렸다. 21세기형 십자군 전쟁이었던 9년전쟁이 막을 내린 이 시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한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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