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단 하루만 보낸다면? -Pub Crawling in Amsterdam

 

 

암스테르담은 배낭여행객이나 미식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의 대상인 도시는 아니다. 네덜란드 음식 자체도 별로 먹을 만한 것이 없는데다가, 이 곳은 구교가 아닌 신교로 세워진 나라라서 각종 성당이나 조각등은 종교혁명 당시에 대부분 파괴되었다. 그만큼 별로 볼 만한 문화유산도 많지 않아서 배낭여행객들도 1박 정도만 하는 곳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흔히 4대 맥주 강대국이라고 일컷는 영국, 독일, 벨기에와 이웃한 나라이다. 다양한 나라의 맥주를 마시기에는 아주 좋은 입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암스테르담에 있는 펍들에는 다양한 나라들의 맥주들이 들어와 있다.

과연 암스테르담에서 딱 하루만 (혹은 길어야 1박 2일 정도만) 머물게 된다면 어떤 곳을 둘러봐야 할까?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는 물론 낮 시간에는 박물관에서 고흐와 렘브란트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최적일테지만 밤이 되면 암스테르담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펍에 가보면 어떨까 권해 본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곳 4군데는 모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4군데를 도는 펍 크롤링도 가능하다.

1. Arendsnest (아렌즈네스트)

 

영어로는 Eagle’s Nest 라는 뜻의 이 펍은 암스테르담의 대표 펍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30여개의 탭에 De Molen, Texels, Hommeles, ‘t IJ, Jopen, Prael 과 같은 네덜란드 대표 브루어리들의 맥주들과 Trappist 맥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암스테르담에 잠시 들러서 네덜란드의 로컬 브루어리들이 만드는 맥주들이란 과연 어떤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곳 아렌즈네스트만 다녀가도 충분할 듯 싶다.

추천하고 싶은 맥주들은 이 블로그에도 소개 되었던 ‘t IJ, De Molen, de Prael 과 같은 맥주들이고, 그 외에도 Jopen, Texels 등의 맥주도 좋았다.

탭이 수시로 바뀌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당일에도 탭이 몇개씩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그만큼 맥주의 회전이 빠르다는 것이다. 좁은 펍인데, 사람들도 엄청 많고, 지하에 추가적인 공간이 조금 더 있긴 하지만, 여기도 저녁  7시 정도가 넘으면 빠르게 들어 차고 만다.

안주는 cold food 밖에 없어서 식사거리로는 좀 부족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안주에 익숙해 져서 그런지, 약간은 육회같은 소시지와 치즈 몇조각, 그리고 땅콩 정도만 있어도 맥주와 함께 마시면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2. In De Wildeman (인 데 빌데만)

인 데 빌데만은 아렌즈네스트보다도 더 시내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골목길 안쪽에 있다. 길 안쪽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더 운치가 있는 펍스럽다. 펍은 시끄러운 음악을 트지 않아서 내부가 조용한 편이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고, 맥주를 음미하기에도 더 없이 좋다.

펍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앤티크하다고 해야 할지 약간은 유치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장식들이 많이 있고, 맥주 관련 서적들도 꽤나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을 들어서자마자 뭐니뭐니 해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캐스크로 서빙을 하고 있는 리얼에일(real ale)이다. 흔히 영국을 flat beer 를 마시는 나라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강제로 탄산을 먹이지 않는 리얼비어가 영국의 펍에서 일반적으로 서빙되기 때문이다. 탄산을 사용해서 맥주를 밀어내지 않기 때문에 중력을 이용해서 맥주를 서빙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좀 밍밍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맥주가 주종이긴 하지만, 약간은 독일이나 영국 맥주들도 있어서 Arendsnest 보다는 좀 더 폭넓게 맥주를 즐기고 싶다면, 그리고 좀 더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좋다면 이 곳을 추천한다.

 

3. Beer Temple 

Beer Temple은 초강력 맥주 보틀샵인 De Bierkoning 의 바로 옆에 있다시피 한 곳이다. 평소에 지나가면서 많이 보기는 했는데, 들어가서 맥주를 마셔본 것은 불과 1주일 전이다.

이 곳의 라인업은 주로 미국 맥주들이며, 탭에는 30여 개의 다양한 맥주들이 꽂혀 있다. Caldera, Gigantic, Anchor, Anderson Valley, Flying Dog, 을 비롯한 미국 브루어들이 주종이며, 일부 벨기에 맥주와 네덜란드 맥주들도 있다.

바틀 라인업도 정말 다양한데, 바틀 역시도 미국 맥주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로그, 앤더슨 벨리, 브루클린 브루어리, 칼데라, 플레리 아티전 (Prairie Artsan), 라구니타스, 다크 호스 등 다양한 미쿡 맥주 + 미켈러 및 벨기에 트라피스트들도 꽤 많이 있다. (Westvleteren 2012년 빈티지도 있는데, 가격이 무로 25유로!!)

안주는 이 곳 역시 콜드 푸드 위주로서 치즈, 소시지, 땅콩류 밖에는 없다. 그래서 저녁 식사는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 Beer Cafe Gollem 

암스테르담에서 벨기에 스타일 맥주를 좀 제대로 마시고 싶다면 이 곳도 괜찮다. 중앙역에서 꽤 떨어져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걸어서 10여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가장 골목 안쪽에 있고, 그렇다보니 분위기가 정말 유럽의 어느 동네 펍 같은 느낌이다.

Gollem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이 펍만의 맥주들이 몇가지 있다는 것이다. 바로 IPA와 Blond Ale 두가지 종류인데, 벨기에의 작은 브루어리에서 독점적으로 만들어서 배급한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펍에서 자신들만의 맥주를 갖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텐데, 컨트랙트 브루잉 형식이긴 하지만 대견하긴 하다.

탭은 약 20개 정도가 있는데, 맥주 회전이 상당히 빠른 것 같은게, 갈 때마다 계속 주인 아저씨가 메뉴판에 이것 저것 썼다가 지웠다가 하느라고 바쁘다.

 

이 곳에 있는 메뉴 종류가 200가지 정도는 된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벨기에 맥주이고, 네덜란드 로컬 맥주가 일부 있으나, 벨기에 스타일이거나 아니면 IPA 류의 대중적인 맥주가 주종을 이룬다.

 

참고로 Gollem 이라는 이름의 맥주 펍은 암스테르담에만 총 세군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시내 쪽에 있는 이 곳이 원조이고, 다른 두 군데는 분점이다. 안트워프(안트베르펜)에도 분점이 한군데 있다고 한다.

나가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맥주를 원한다면 Arendsnest, 미쿡 맥주를 원한다면 Beer Temple, 벨기에 맥주를 원한다면 Beer Cafe Gollem, 그리고 좀 더 편안하고 다양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In De Wildeman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 취하기에는 뭔가 암스테르담에서의 하룻밤이 아쉽다면, 이 중에서 2-3군데를 골라서 가 볼 것을 권한다. 그래봤자 걸어서 10분 거리에 모두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