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첫 크래프트 맥주 페스티벌 (2015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첫번째 크래프트 비어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2015년 6월 13일) 크래프트 맥주의 바람이 정말 전세계에 불고 있는 것만은 맞는 것 같다. 하이네켄과 같은 필스너 라거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도 드디어 크래프트 맥주 축제가 열릴 정도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몇년전부터 크래프트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우리가 축제 측면에서는 좀 더 빨리 달려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소는 암스테르담 외곽에 있는 슬로터다익역 바로 옆에 있는 BRET이라는 맥주 펍이었다. 슬로터다익(Sloterdijk)역은 스키폴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중앙역 쪽으로 올 때 항상 들르는 곳이라서 이 곳은 수 없이 많이 지나다녔다. 하지만 여기에 BRET이라는 펍이 있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날 처음으로 가 봤는데, 내부도 넓직하고, 뒷뜰에 바베큐를 할 공간이나 푸드트럭 등을 갖다 놓을 공간들이 꽤 있어서, 작은 규모의 맥주 페스티벌은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보였다. 펍 내부에 들어서니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이 보여서 크래프트 맥주 축제가 단순히 맥덕들만의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저변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 맥주축제는 입장료는 없었다. 그리고 술과 음식은 돈을 토큰으로 바꿔서 지불하는 형식.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맥주축제들이 토큰으로 지불하는데, 이런 방식이 세계적으로도 거의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칩 하나당 2.5유로. 버거나 립등 음식은 토큰 2-3개, 그리고 맥주들은 대부분 토큰 하나면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잔은 역시 2.5유로 혹은 토큰 하나를 내면 주는데, 나중에 잔을 다시 반납하면 2.5유로는 돌려준다.

 

 

 

이번 암스테르담 크래프트 맥주 축제는 첫번째로 열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음악이었다. 펍 바깥에서는 밴드가 와서 연주를 했는데, 네덜란드에서 이런 밴드들은 별도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Free Beer만 주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네 밴드라고 하기에는 아주 훌륭한 수준의 밴드였고, 비틀즈나 오아시스 등 나에게도 친숙한 넘버들을 많이 연주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펍 내부에서는 DJ 아저씨가 한명 계속 음악을 틀어줬는데, 이 아저씨가 정말 멋졌다. 매우 흥에 겨워서 춤을 추면서 음악을 틀어주고, 스스로의 멋에 취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그런 스타일의 아저씨였다.

 

 

 

음식도 좋다. 역시 이런 페스티벌에는 바베큐가 있어줘야 하는데, 야외 딱 한가운데 바베큐가 있었고, 햄버거, 립, 닭고기 등을 팔고 있었다. 구워지는 속도가 좀 느린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맛이 훌륭해서 용서가 된다. 굽는 속도가 느린 것 또한 바베큐의 재미중에 하나니까. 그 외에도 팝콘, 감자, 소고기 구이 등 맥주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푸드트럭에서 팔고 있었다. 특히 소고기구이는 엄청난 화력의 토치로 구워서 바로바로 서빙해 주고 있었는데, 좀 신기한 맛이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라서 야외에 앉기가 쉬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 앉아서 음식도 먹고 맥주도 즐기고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맥주.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브루어리들이 거의 모두 총 출동했다. 참석한 브루어리들을 열거하자면, Jopen, ‘t ij, De Prael, Two Chefs, Butcher’s Tears, Oedipus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이했던 맥주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Jopen의 French IPA 라는 것이 있다. 홉에서 아주 비누나 향수 냄새 혹은 페놀릭한 향이 좀 많이 나는 맥주였는데, 아무튼 아로마 자체는 홉이 아주 그득하긴 했다.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기는데는 성공한 맥주였던 듯 하다.

 

 

 

 

그리고 Bunker 나 Two Chefs 와 같이 아직은 컨트랙트 브루잉으로 하고 있는 펍들도 몇몇 참여했다. 벙커는 우리 집 근처에 있어서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맥주 맛을 보니 생각보다 훌륭해서 놀랐다. 아직 50리터 배치로 홈브루잉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앞날이 기대되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만든 Night Watch Black Ale을 치눅과 심코 홉으로 각각 비터링과 아로마를 한 맥주라고 하는데, 아주 맛있었다.

평소에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곳들도 있어서 좀 신기했다. Stat & Vat 와 같은 곳은 위스키와 맥주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었다. 함께 간 일행이 한잔 사서 조금 뺏어서 마셔봤는데, 맛은 좀 별로였다.

 

그 외에도 Butcher’s Tears 같은 경우는 예전에 방문했을 때 펍에서 만난 친구가 여기도 나와서 맥주를 따르고 있어서 반가웠다. 그런데 이 날은 왠지 인기가 별로 없었다. Butcher’s Tears에 직접 갔을 때는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었는데, 막상 페스티벌에 나오니 인기가 별로 없어서 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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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세가 높은 De Prael 및 ‘t ij 의 경우에는 페스티벌에 큰 관심은 없는 듯. 역시 명성이 높은 곳들이다보니 맥주 페스티벌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맥주 종류도 많지 않고, 서빙하는 사람들도 좀 툭툭거린다. 아래 사진만 봐도 벌써 맥주 따르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아주 살갑지는 않지 않은가? 맥주도 트리펠 하나 뿐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홈브루잉 클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실제로 브루잉을 하고 있었다. 매싱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첫번째 크래프트 맥주 축제라는 의미 있는 자리에 가서 구경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맥주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고 있는데, 입장료가 없다거나, 음악을 가미하는 점이나 바베큐 등의 음식들을 준비하는 것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축제를 할 때 참고할 점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3시쯤 가서 9시까지 거의 6시간 동안 맥주를 마셨다. 거의 6-7 잔 정도를 마셨던것 같은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좀 취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처럼 이렇게 맥주를 취할 때까지 마신 것도 기억에 남는 일 아니겠는가? 심지어 함께 갔던 한국분들 일행과 2차로 암스테르담 중앙역 근처에 가서 2차까지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