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 Bierkoning – 암스테르담의 맥주 왕국

처음에 네덜란드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비어코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정확한 이름은 De Bierkoning 인데, 영어로는 Beer Kingdom 우리 말로 하면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맥주 왕국” 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네덜란드는 아직도 국왕이 엄연히 존재하는 왕국이기 때문에 Koning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호명이 종종 존재한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도시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광장이 바로 담 (Dam) 광장이다. 이 곳을 중심으로 많은 상점들이나박물관 등이 분포하고 있는데, 서쪽으로 약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비어코닝이 자리잡고 있다.

운영시간:

Monday 11:00 am – 7:00 pm
Tuesday 11:00 am – 7:00 pm
Wednesday 11:00 am – 7:00 pm
Thursday 11:00 am – 7:00 pm
Friday 11:00 am – 7:00 pm
Saturday 11:00 am – 7:00 pm
Sunday 1:00 – 6:00 pm

 

비어코닝의 주인 아저씨는 자신의 가게가 아마도 유럽에서 가장 맥주 셀렉션이 강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도 말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직 유럽을 다 돌아다녀 본 것도 아니기에, 그냥 수긍하기에도 좀 멋적은 느낌이 들긴 한다. 이렇게 자신의 바틀샵을 전 유럽에서 가장 좋은 셀렉션을 가진 곳이라고 소개할 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드는 점이다. 이 정도의 자존심이라면 왠지 주인장을 신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비어코닝에 들어서면 일단 왼쪽에 카운터가 보이고 그 뒤를 가득 메운 유리잔들이 보인다. 이 잔들은 판매용이라서 맥주를 구입하면서 짝맞춤으로 잔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 준다. 나도 이 곳에서 종종 보기 드문 잔을 한두개씩 구매하곤 한다. De Molen 전용잔 같은 경우에는 브루어리에서도 팔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고, 많은 맥주들이 다닥다닥 진열되어 있다. 복층구조로 되어 있고, 카운터가 있는 입구에서 반층 내려가면 벨기에 맥주 일부가 전시되어 있는 곳과 창고가 있고, 대부분의 맥주는 입구에서 반층 올라간 층에 진열되어 있다.

카운터가 있는 입구쪽에서 계단으로 진입하면 이 가게의 종업원들이 추천하는 맥주들이 한켠에 전시되어 있다. 종업원들의 이름도 노란 종이에 쓰여져 있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모두 맥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해 보면서 나는 이 가게를 들르면 ‘Staff’s Choice’ 를 꼭 한번은 스캔하고 지나간다. 오늘은 슐랭컬라 도펠복이 추천 맥주중에 하나로 올라와 있다.

그렇다 나의 반응도 똑같았다. 슐랭컬라에서 도펠복도 나오는구나… 슐랭컬라 맥주를 여러 종류를 본 것 같은데,녹색 라벨은 처음 본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도펠복이었다. 하지만 구입하지는 않았다. 슐랭켈라 느낌 아니까..

종업원 추천 코너의 맞은 편에는 쇼케이스 냉장고가 있고, 이 곳에도 맥주가 담겨져 있다. 그런데 사실 여기 있는 맥주는 어떤 기준으로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어떤 날은 캔맥주가 가득 들어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콜렉션이 들어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쇼케이스에 고이 모셔두는 맥주들은 또 무엇인지 주의깊게 한번 바라보게 된다.

대부분의 맥주가 전시되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정말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맥주가 많다. 흔히 사람들이 ‘온갖종류의 맥주’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도 되면 정말 온갖종류라고 말해 줄 만도 하다. 맥주왕국이라는 가게의 상호가 어울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의 손님들은 관광객들부터 이 지역의 지역주민들까지 다양하다. 나는 주로 주말에 가는데, 주말에 가보면 항상 네덜란드의 맥주 애호가들이 한두병 정도씩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또 딱 봐도 관광객인 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맥주를 고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사진을 찍은 이 날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적절히 섞여서 있는 날이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기에 가면 최소 15분에서 30분 정도는 소비하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봐야 할 맥주의 종류도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몇평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것도 가끔은 괜찮은 경험이다.

2층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바로 오른 쪽에는 네덜란드의 맥주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렇게 자기 나라의 맥주를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잘 진열해 둔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렇게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지역에 말이다. 나만해도 이 곳에 와서 네덜란드 맥주에 대한 정보를 정말 많이 수집하고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렇게 우리나라의 맥주들을 진열할 만한 상황이 못 되기 때문에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언젠가는 관광객들이 많이 드는 동네에, 이런 바틀샵이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네덜란드 맥주 셀렉션 코너에 가보니 얼마 전에 방문했던 ‘t IJ (헤뜨 아이) 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에도 지명도가 높은 드몰렌(De Molen) 맥주 등이 있다. 바로 지난주에 갔던 De Prael 의 맥주들도 물방울 로고를 뽑내며 선반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드 몰렌 맥주의 경우에는 아마도 드 몰렌 브루어리보다 여기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집에 사다 두고 아직 개봉하지 못했던, 헤뜨 아이의 발리와인도 진열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최근에 각광받는 Oedipus, Two Chefs,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그 느낌을 살려서 브루잉을 한다는 Cinema Brewers 도 있다. Cinema brewers의 레이블은 영화 포스터처럼 되어 있어서 금방 알아 볼수 있다. 이 곳에 와서 맥주를 구경하면서 다음번에는 Two Chefs 나 오이디푸스의 브루펍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미켈러 맥주는 이제는 어디를 가던지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미켈러 맥주는 호불호가 갈리는데다가, 개인적으로 마셔봐도 좋은 맥주와 나쁜 맥주의 편차가 심한 편이다. 그래서 미켈러 맥주는 결국 마시던 것을 계속 마셔보던지, 아니면 황당한 콜레보레이션 맥주가 나오면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바틀샵에서 미켈러를 만나게 되면 ‘아… 여기도 들어와 있구나’ 정도 이외에는 큰 감흥을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불과 1-2년만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네덜란드 맥주와 이웃나라 덴마크의 미켈러 맥주를 지나서 왼쪽을 바라보면 영국, 미국 맥주, 그리고 벨기에 Abbey 및 Trappist 맥주 등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정말 맥주에 압도되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유럽 각 나라의 맥주도 맥주지만, 미국의 맥주들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들어와 있다는 점이 놀랍다. The Bruery, Anderson Valley, Lost Abbey 와 같은 캘리포니아 맥주들도 들어와 있는 점이 좀 흥미로웠는데, 캘리포니아에서 네덜란드까지 오려면 그 여정이 상당했을 터. 과연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을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내 돈을 써 가면서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지는 않다.

물론 트라피스트 맥주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이 곳에서는 웬만한 트라피스트 맥주는 다 구해서 마셔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Westveletern 맥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맥주는 잘 찾아봐야만 볼 수 있는데, 맥주의 명성에 비해서 너무 허술하게 박스채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 했지만, 트라피스트 맥주 코너에 오면 자연스럽게 있는지 없는지 한번 찾아보게 되는 맥주라서 주변을 훑어 보다가 발견했다. XII (12)와 VIII (8) 두 종류가 아주 예쁘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으며 12의 가격은 15유로, 우리 돈으로 18000원 정도이니, 눈에 보이면 자꾸만 사고 싶어진다.
눈을 아래로 깔고 도대체 구석에는 어떤 애들이 진열되어 있는가? 라고 살펴보면 이런 애들이다. 한국에서는 수입 맥주 코너의 주인공 격인 애들인데, 여기서는 아이라인에도 못미치는 저 구석에서 먼지에 덮여가고 있다.

이 쯤에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그런데 Wild Beer는 어디 있는거냐?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실망하면 안된다. 바로 아래 층으로 내려가면,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표지판과 함께 창고가 펼쳐져 있고, 그 창고를 들어가기 바로 전에 Wild Beer 를 진열해 놓은 곳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2층 계단에서 얼핏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반가운 마음에 3 fountains 의 람빅을 한병 사버리고 말았다. 이 정도의 사우어 셀렉션이라면 지난 여름에 부산에서 출범하였던 한싸연(한국 싸우어 맥주 연합) 회원들에게 염장샷으로 보여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De Bierkoning은 이 지역에 살면서 가끔 들러서 희귀 맥주를 한병씩 사서 마셔도 좋은 곳이지만, 여행하다가 한번 들러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맥주 중에서 좋은 것들을 왕창 사서 한번 마셔보기에도 좋은 곳인 것 같다. 그만큼 희귀 맥주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사실 나도 이 곳의 맥주 종류중에 약 20% 정도 밖에 못 알아 보는 것 같다. 나머지는 그냥 어느 나라의 어떤 종류의 맥주이겠거니… 하는 정도로밖에 추측할 수 없다. 하지만 와인 소믈리에들도 와인의 맛을 모두 알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방의 어떤 포도로 만든 몇년도 빈티지 정도만 알면 대략적으로 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맥주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지역과 품종만 가지고는 맛을 추측해내기가 힘들다. 그 이외의 부재료도 워낙 많고, 어떤 효모로 어떤 방식으로 발효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BA (Barrel Aged) 같은 글자라도 몇개 뒤에 더 붙으면 머릿속이 더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모를 때는 물어보는게 최선이다. 종업원들에게 종종 이 브루어리의 맥주중에 괜찮은 포터나 스타우트를 추천해 달라는 식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최근에 뜨고 있는 네덜란드 브루어리 2-3개 정도 추천해 달라고 하기도 하는 식으로 많이 도움을 받는다. 맥주를 좋아해서 한국 사람 블로그를 보고 왔다고 하면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블로그에 연재 중이라고 이미 이야기했다.)

이 곳 자체가 Dam 광장에서 가깝고 관광객들이 줄기차게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맥주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추천을 바란다면 항상 ‘제일 잘 팔리는 맥주가 무엇이냐?’ 고 묻는 것 보다는 자신의 취향이 어떤지를 먼저 설명해 주고, 어떤 나라의 맥주에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주고 추천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예의인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추천해 주는 사람도 좋은 맥주를 추천해 주기가 쉽지가 않다. 맥주에는 순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취향과 개성의 맥주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너무 매출이나 점수에 따른 순위에 기반한 추천을 바라면 곤란하다.

De Bierkoning.

(저도 이 곳의 맥주를 전부 알지 못하는데요, 혹시 사진으로 보기에 정말 희귀하고 좋은 맥주가 보이시면 추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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