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e Dog (Nike 창업자 Phil Knight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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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창업자 Phil Knight의 자전적인 이야기 ‘Shoe Dog’ 을 읽었다.

감동적이었다.

아마도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나, P&G를 다니던 시절에 읽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으리라…

이 책은 1962년부터 그가 나이키를 상장하는 시점인 1980년대까지 18년 동안의 그의 인생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육상선수이자 신발 덕후였던 그가 어떻게 나이키라는 거대한 회사의 밑거름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지금 이 책이 나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던 이유는

  • 자신이 좋아하던 무엇인가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는 스토리
  •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창업자의 기질이라고 생각하는 외향성(extrovert) 보다는 내향적(introvert) 성격의 창업자 이야기 – 참고로 그는 회계사 (CPA)였으며, Stanford MBA를 졸업했다. 카리스마보다는 분석이 앞서며, 처음 스폰서를 했던 운동 선수에게 1만달러 (천만원)을 주면서 너무 아까워하는 장면도 책에 나온다.
  • 요즘 말로 하면 덕후 (책의 제목 shoe dog 에서 dog는 영어 표현으로 뭔가에 미친 사람을 뜻한다)에서 시작했고, 그 분야의 덕후들을 모아서 사업을 한 이야기
  • 불안했던 cash flow를 가진 첫 몇년의 사업의 위기를 딛고,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확립하는 이야기

이런 모든 내용들이 지금 나의 상황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거나, 혹은 앞으로 내가 되기를 바라는 Amazing 의 모습과 Nike 가 걸어온 모습간에 유사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졌던 몇가지 생각만을 적어본다.

1. 나이키는 생각보다 오래된 회사가 아니다.

Phil Knight가 처음 신발 수입업을 시작한 것은 64년 이지만, 처음에는 Onitsuka Tiger라는 일본 브랜드를 수입하던 수입상이었고, Nike 라는 브랜딩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나중인 71년이다. 내가 어렸을 때인 80년대 초반에 우리 아버지가 나이키 테니스화를 갖고 계셨던 것을 기억하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아주 좋고 유명한 브랜드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사용하던 브랜드라는 것은 아들이 볼 때에는 낡고 고루한 브랜드로 기억되기 마련인데, 지금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히트한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브랜드를 한국에 있는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칭찬한 상황이다. 당시에는 미디어나 유통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우리 아버지와 내가 나눈 대화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지 1-2년 만에 한국에서 아이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단지 울 아버지가 알 정도면 좀 old 한 브랜드라고 생각한 것인데, 사실 나이키는 꽤 Young 한 브랜드였던 것이다.

여튼 나는 나이키가 2차 대전 이전부터 사람들이 신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상상이 만든 허구였음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실제로 책의 중반을 지나야 나이키나 Swoosh (나이키의 로고)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절반은 계속해서 Phil Knight가 사업을 할까말까 방황하는 이야기,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행하는 이야기, 일본에 가서 신발 달라고 하는 이야기 등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직장에도 운동화를 신고 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트랜드임을 알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조깅화, 테니스화, 농구화 등과 같이 신발이 이렇게 다양하게 분화하고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라는 점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나이키 이야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새삼스럽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2. Celebrity Marketing 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

이 블로그를 읽어온 사람들은 내가 정말 연예인 마케팅 혹은 celebrity marketing 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과 celebrity 라는 것은 한글과 영어의 차이를 넘어서 조금 더 언어적으로 다른 느낌을 주는데 한글로 연예인 이라고 하면 가수, 배우 등을 연상시키지만, 영어에서 celebrity 는 정치, 패션, 스포츠스타 등을 통틀어서 유명인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누군가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브랜드에 지원효과 혹은 후광효과 (endorsement)를 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연예인/ celebrity 의 이미지 때문에 브랜드가 너무 좌지우지되고,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어렵고, 연예인이 사고라도 치는 날이면 한순간에 폭삭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이나 패션과 같은 몇몇 분야에서는 아주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케팅 = 연예인모델 내세우기’ 처럼 되고 있어서 큰 경영적/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살았다. (참고로 나는 마케터 중에서 ‘우리도 전지현을 쓰면 되는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혐오한다.)

나이키는 전세계에서 가장 celebrity marketing 에 성공한 회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 나이 또래에서는 Air Jordan 하나쯤 안 사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키의 celebrity marketing에는 우리나라의 막무가내식 연예인 마케팅과는 차별화되는 점이 조금 있다. 그것은 바로 철학인데, 나이키라는 회사가 Bowerman 이라는 코치와 Phil Knight 간의 관계에서 처음 비롯된 회사이기 때문에, 항상 코치가 선수를 응원하듯이 나이키는 운동선수들을 스폰서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Nike 라는 이름 자체가 ‘승리의 여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이키의 브랜드 철학은 ‘Winning (승리)’ 라는 것을 자연적으로 내포하며, 승리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나이키는 다양한 선수들에 대한 스폰서십 및 모델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연예인/스포츠스타 마케팅과 차별화되는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3. 누구나 처음에는 찌질하다.

내가 가장 듣기 불편하게 생각하는 말이 ‘컨설턴트에서 맥주집 사장으로..’ 같은 말이다. 맥주집 사장이라는 말은 왠지 동네 호프집, 치킨집을 연상시킨다. 찌질해보여서 싫은거다. 나의 비전이 아무리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라고 하더라도 남들이 볼 때는 그냥 맥주집 사장일 수 있다. 남들이 볼때는 찌질할 수 밖에 없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이키 사례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나이키가 처음부터 나이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나이키는 원래 Blue Ribbon 이라는 일본 운동화 수입 회사로 시작했고, 처음에는 수입하는 신발 대금을 치르기에 허덕거렸고, 일본 본사에 가서 굽신거리기도 했다는 점이다.  구차하고 찌질했다. 그러다가 사업이 발전, 발달, 확장되면서 지금의 나이키가 된 것이다. Phil Knight 가 처음부터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 거창한 비전이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는 그저 좋은 운동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다. 구차하고 찌질한 현재에서 어떻게 그 사업이 발전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의 구차하고 찌질한 상황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4. Cash is King  – 창업자라면 꼭 기억해야 할 것.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cash)이다. 경영학과를 4년 반을 다니고, MBA까지 하면서 그렇게 “Cash is King” 을 배웠건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까지 현금의 중요성을 조금도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것 같다. 심지어 컨설팅에서 M&A 기업실사도 경험한 나이지만 현금이 창업자와 경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하게만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 대기업이나 컨설팅을 돌아가서 (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리스크가 아니라 남의 회사를 경영해보는 경험으로) 무엇을 다시 배우고 싶냐고 묻는 다면 나는 아마도 Treasury 부서 즉, 자금 관리를 맡아보고 싶다고 할 것 같다. 큰 회사들에서 cash 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하루하루 관리해보는 것은 사업을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아주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도 이것을 권하고 싶다)

Shoe Dog을 읽는 내내, 나는 cash management 에 대한 고민은 사업이 커져도 어디로 가지 않고 계속 내 뒷머리에 붙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Phil Knight 또한 어떻게 그가 cash를 마련했고, 로컬 은행들과 어떻게 협상했고, 돈을 부쳐야 하는 일본의 신발 제조회사들과는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등에 대해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나는 그의 배경이 accountant 라는 점을 트집잡아서, ‘재미없고 돈만 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휙휙 책장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런 ‘선배 창업자’들의 cash management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되는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나가며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강력추천이다. 특히 마케팅과 창업, 브랜딩과 기업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심지어 ‘나의 내향적(introvert)인 성격은 창업에 맞는가?’ ‘회계사, MBA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창업자로 대성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중에서 창업해서 대박난 케이스는 없을까?’ 등의 질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맨 마지막 챕터에서 Phil Knight 가 우연히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과 한 행상에서 함께 서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가르키며 ‘저사람은 누구지?’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미국 사람들조차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은 알지만, 정작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쩌면 우리 생활 속에서 더 깊이 자리잡고 있는 브랜드는 나이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의 내향적이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영학 책 10권을 꼽으라고 하면 그 중에 들어갈 것 같다.

주변에 많이 권장하고 있으며, 권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판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문판이 부담스러우시면 한글판으로라도 꼭 읽으시라…

 

 

Phil-Knight-Stepping-Down-at-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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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j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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