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2 months

TK pouring 2브루어리의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어느 덧 2달이 흘렀다.

브루어리는 다행히도 순항 중이다. 안심이다. 나의 동업자 스티븐과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튼 지금 슬슬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일단 망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브루어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 조금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1. 잡지, 언론 등의 인터뷰가 좀 들어와서 내가 평소에 맥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전할 수 있는 기회 + 브루어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GQ, 바앤다이닝, 에센, 올리브매거진, 론리플래닛 매거진 등 맛집 관련된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 다음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SBS에서 다녀갔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질문을 1시간 쯤 하시다가 가는데, 정작 기사나 사진으로 나오는 것은 그 1/10 정도이다. 언론을 상대하면 할 수록 내가 말하는 것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좌절감도 약간은 들지만,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내가 평소에 맥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역량을 쌓아야 하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2. 건물주들이 다녀가신다. 스토리는 거의 비슷하다. 아들이 우리 브루어리르 다녀갔는데 좋아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 봤다. 성수동, 압구정, 청담, 송탄, 강남, 화양동 등등에 건물이 있다. 000 평 정도는 되는데, 누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너희가 내 취향과 비슷하다. 그러니 들어오는 것을 고려해 봐 달라… 나도 마음이 흔들려서 여기저기 가보기는 하지만 돌아서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람들이 우리 브루어리를 보고 느끼는 자신의 취향과 딱 맞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계속 건물주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나는 건물주가 아니니까…

3. 가장 황당한 것은 금수저 논란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군가가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브루어리를 차린 것에 대해서 금수저라서 원래 돈있는 집 아들이 집안 돈 갖고 장난 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우리 가족에게 큰 폭소를 안겨 주었다. 물론 내가 흙수저는 아니다. 하지만 금수저도 아니다. 금수저라면 뭐하러 3달동안 성수동을 헤집고 다니면서 무너져가던 공장을 찾아서 보수해서 브루어리를 차렸겠는가? 뭐하러 맥주 장비를 다 직접 만들어서 맥주를 만들겠는가? 나도 강남에 수백평 브루어리 부지를 사서, 독일 장비로 꽉 채울 수 있는 금수저면 편했을거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았다. 돌아가신지 올해로 15년째인 아버님과 아버님의 유산을 잘 관리하신 어머님의 덕분으로 지금까지 우리 3남매는 모두 PhD, 대학원, MBA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모두 부모님의 공덕이다. 하지만 브루어리를 차린 것에 대해서 어머님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않았다. (자금이 달려서 일시적으로 어머님 돈을 조금 꿨지만, 금방 갚았다) 동업자 스티븐의 자금 + 직장생활에서 모은 저금 + 퇴직금 + 장병규 대표님과 쓰기로 한 책의 원고료를 먼저 받은 것, 그리고 약간의 은행대출(개인+법인)이 브루어리를 만드는데 쓰인 돈의 전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장을 그만두는 정도의 용기를 보면서 금수저로 밖에 연결 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슬펐다.

4. 아마도 지난 2달 동안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는 무주 그란폰도에 나갔다가 자전거에서 낙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브루어리 준비 때문에 연습도 거의 하지 못하고 나간 것이었는데, 거의 2/3 지점에서 시속 60km정도로 내리막길을 질주하다가 제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크게 다쳤다. 쇄골뼈가 골절되었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물론 5살짜리 꼬마이고, 그 다음으로 와이프와 어머님, 그리고 회사였다. 나 한 사람이 다침으로서 마음졸여야 했던 사람들과 어쩌면 운명이 끝날뻔한 법인, 거기에 속한 직원들… 아무튼 앞으로는 무모한 도전은 삼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좀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5. 또 다른 당황스러운 일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내가 회사를 그만 둔 것에 대해서 ‘멋있다’라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이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은 일관적이다. ‘성공하면 멋있지만, 실패하면 멋없다.’ 아직 성공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이루지 못했는데, 뭐가 멋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둔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멋있는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작 멋있어지려면 성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닌, 목숨만 달랑달랑 붙어 있는 생명체나 다름없다. 이보다 더 큰 꿈을 보여주어야 정말 멋있는거라 생각한다.

6. 아직까지 브루어리에서 한푼의 돈도 받고 있지 않고, 비용도 다 개인 신용카드로 쓰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6개월이 넘게 집에 돈 한푼 가져다주지 못하는 남편을 꾹 참고 응원해주는 아내의 덕이고, 두번째는 실력없는 컨설턴트를 믿고 3년 넘게 써준 덕분에 퇴직금을 잘 챙겨준 베인앤컴퍼니 덕분이다. 이렇게 한푼의 돈도 못버는 생활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을 보면 아무튼 내가 평소에 믿지 않던 내적 동기부여라는 것도 때로는 작용하기는 하는 것 같다.

4 thoughts on “Amazing 2 months

  1. 저는,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좋아하고. 그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을 갖고계신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응원을 남깁니다!

  2. 어느 경우든, 성공을 거둘때까지의 인생은 절망과 좌절의 반복 아니겠습니까? 열렬한 소망과 함께 스스로 옳다고 굳게 믿은 선택은 단호한 결의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열매를 만들어 내기 마련입니다. 주변의 수근거림에 너무 귀기울이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속성이 있지 않습니까?

    탐험가에게 누군가가 걸어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것 그것은 어떠한 값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여정 자체가 보상이 되는 것처럼, 지금의 모험, 하루하루가 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