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그리고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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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5차례 대국이 모두 끝났다. 4대 1로 알파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사람들은 이세돌의 1승에 안도했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라는 바둑기사와 구글을 모두 승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었다. 구글의 주가는 거의 5%가량 상승했다고 하지만, 이는 알파고 대국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외신에서는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비중있게 다루었지 않았기에, 단지 알파고 대국이 지난 며칠간의 구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비이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구글의 이익은 주식가격 상승보다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로컬 서치엔진인 네이버에게 고전하던 와중에 모처럼 제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명예회복을 한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세돌이라는 사람은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유명한 기사였지만, 이렇게까지 전국민이 열광하는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이세돌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대단한 미디어효과이다.

여튼 재미있는 점은 모든 뉴스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소식을 가장 톱 뉴스로 다루었다는 이야기이다. 선거철이고, 김정은이 날뛰고, 유럽 경제가 널을 뛰며, 유럽의 대선도 엎치락 뒤치락인데,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뉴스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과 관련된 뉴스였다.

왜 이 뉴스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까?

여기에는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뉴스꺼리’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눈을 돌려서 조훈현 9단의 새누리당 입당과 비례대표가 된다는 소식을 보자.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조훈현 9단이 정치인으로서 새누리당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갸우뚱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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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0대-60대의 연령대에 계신 분들은 조훈현 9단이 본인들에게 꽤나 영향력이 있다고 말하신다. 조훈현 9단은 80-90년대의 시절을 함께 살아온 동시대적 한국인들에게는 꽤나 의미하는 바가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혜성처럼 한국 바둑계를 누비다가 제자에게 패배했지만 한국 바둑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조훈현이다. 조훈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지금의 40-60대 사람들에게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조훈현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바둑은 아직도 장년층에게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이 시작하기 이전에 조훈현 9단을 영입한 것이 새누리당의 신의 한수였는지도 모른다.

이세돌 VS 알파고가 이렇게까지 파급력을 이끌 수 있는 뉴스였던 이유는 젊은 세대가 자신과 가깝게 연관짓는 ‘구글’과 기성 세대가 자신들과 가깝게 연관짓는 ‘바둑’ (이세돌)의 대결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한가지 이벤트가 이렇게까지 모든 세대에 걸쳐서 재미를 느끼게 한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우리 스스로가 따뜻한 인간이기를 바란다는 점을 확인한 것 같다. 인터넷을 좋아하고, 서치엔진을 즐겨쓰며, 무인차와 VR의 혜택을 즐기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를 압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바둑으로 대변되는 인간이 즐기는 ‘느림의 미학’과 ‘생각의 깊이’ 그리고 ‘의지와 지혜’의 가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미드웨스트 학부생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종종 포스팅 해주시는것들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