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소녀 사건으로 본 한국인의 미국 대학 사랑과 한국 교육에 대한 실망

천재 수학 소녀 사건 때문에 모두들 난리다. 아직 이 사건이 확실히 사기극인지 아닌지 드러나지는 않았는데, 이미 논란 자체만으로 후폭풍이 엄청나다.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낸 말들인지 몰라도,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대단한 사건으로 남을 것 같기도 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00646231&code=970100

일명 천재 수학소녀가 하버드와 스탠포드에 동시 합격하면서 두 대학을 2년씩 다니기로 했다는 이 소식은 처음에 거의 모든 일간지와 심지어 TV 뉴스를 통해서까지 보도 된 것으로 안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스토리 안에는 여러가지 한국인들의 심리가 담겨 있는데 그 중에서는 한국 사람이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심리와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을 진학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한 대리만족 혹은 부러운 감정일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유독 해외의 명문 대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화제가 되었을 때, 사실 나는 좀 의아했다. 나도 호기심에 이 책을 사서 읽어봤는데, 이 책은 거의 99% 논리학 책이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깊은 수준으로 논리철학에 대한 책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당시에 아무리 ‘정의’라는 것이 화두가 되던 시절이라고 해도, 말도 안되게 이 책이 많이 팔렸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하버드 교수이기 때문이 큰 것이다.

그 덕분에 덩달아서 ‘프린스턴 대학 명강의’, ‘예일대 명강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 명강의’ 등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들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르는 것을 종종 보게 되었다. 역시 학교”빨”이 먹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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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외 명문대는 아마도 미국의 3대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그리고 스탠포드, MIT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이외에 컬럼비아, 코넬, 브라운, Cal-tech, UC Berkeley 등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이 환상을 갖고 경외심을 갖는 명문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영국의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정도가 한국에서 그래도 학교빨이 잘 먹히는 해외 명문대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녀본 많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국은 훨씬 다원화된 구조가 존재한다. 꼭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포드, MIT같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대학이 아니더라도, 동네에 숨어 있는 어떤 대학에 의외로 세계 최고의 학과가 존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건 그 분야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통하는 것이고, 한국의 대중과 언론들에게는 일단 위에서 말한 5개 학교 정도는 관련된 이야기 혹은 사람이어야지 뉴스의 가치가 있다.

 

나 또한 이런 한국인의 미국대학에 대한 환상과 존경심과 경외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왜냐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왜 그러했는지를 물어본다면,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교육에 대한 실망이 컸다. 나 스스로가 외고를 나오고 명문대를 나온 한국 교육 최고의 수혜자일 것이다. 그런데 나의 자식에게 내가 받은 똑같은 코스로 한국의 교육을 받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꽤 망설여진다. 나 스스로는 분명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내가 받은 교육에 대해서 행복하지 않게 느끼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 실망감에 나도 미국 유학을 결심했었다. 한국 대학은 명문이라도 가보니 별것 없더라… 미국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가보면 별것 있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경영학 쪽에선 그래도 꽤 좋다는 곳으로 MBA를 갔지만, 솔직히 받은 교육이 한국과 아주 심하게 다른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의 교육제도를 겪어보면서 돈으로는 살 수 없을만큼 소중한 것들을 느끼기는 했다. 그것은 그들이 강조하는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등의 트레이닝의 중요성이었다. 이 부분은 외우고, 외우고, 외우고, 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교육만 받아온 나에게 뭔가 새로운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MBA라는 코스의 특성상 바쁜 회사생활에서 돌아보지 못했던 회사일의 중요한 원칙이나 몇가지 경영 기술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유학을 결심하며, 그 결심의 순간에는 자기 자신이 명문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특히 명문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에 받는 실망감이 매우 큰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또 스스로를 질타하기도 한다.

얼마전에 미국에서 꽤 좋은 Liberal Arts College에 다니다가 암스테르담으로 오게 된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꽤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한국에는 Liberal Arts College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참 좋은 대학이 많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미국에서 계속 쭉 살꺼면 미국에서 어느 정도 좋은 학교만 나와도 되는데, 한국에 돌아올꺼면 위에서 언급한 하버드, 스탠포드 등등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어디를 나왔다고 해도 잘 모르고, 학비를 내고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었다.

공감을 했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Northwestern 을 나왔기 때문. 이 학교는 내가 나왔지만 참 애매한 학교이다. 일단 한국에서의 일반 대중이 모르고, 일부 사람들만 안다. Alumni Newsletter 에 학교 브랜딩 이슈가 종종 다뤄지기도 한다. (역시 미국은 대놓고 토론하는 문화다. 우리학교 브랜드에 문제가 좀 있으니 바꾸자고 말이다) 이 학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일부라 함은 나와 같은 업계에 있거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서 Northwestern을 다녔다고 하면 상대방이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기서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 옆에 있는  제 3의 사람이 내가 당황한 줄 알고, 그 사람에게 ‘거기 유명한덴데 몰라?’ 라고 말해줄 때이다. 하지만 유명한 곳은 누군가가 유명한 곳이라고 귀뜸을 해 주지 않아도 알아야 유명한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뭐, 모를 수도 있지….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MIT, 스탠포드를 나오면 된다. 여기 5군데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무조건 좋은 학교라는 사실은 안다. 무슨 과인지도 심지어 상관이 없다. 여길 나왔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경외심과 존경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이런 곳들을 나왔다고 거짓을 지어내서라도 들어가고, 혹은 들어갔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말이다.

예전에 대학교때 교환학생으로 갔던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설립자인 오오쿠마 시게노부가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서 감명 깊었다.

“국가의 독립은 학문의 독립. 학문이 독립되어야 그 나라가 독립된다” 는 말이었다. (원문은 좀 다를 수 있음)

이 글을 읽고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미국 대학 출신이라는 점이 생각이 나서 슬펐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의 학문은 독립된 것일까? 아니, 우리는 독립된 것일까? 꼭 누구나 들어본 미국의 명문대를 나와야만 그 인생이 더 의미있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 rbaht

    제가 관심 있는 인공지능 쪽에서 northwestern university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인데요.

  • 냥이

    글을 잘 읽었습니다. 미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여러가지 좋은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다만, MBA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을 “미국대학에서의 경험”으로 generalize 시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부에서 경험하는 것과 대학원에서 경험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천재소녀 사기극”이 터진 후, “한국의 지나친 명문대에 대한 집착”을 다룬 글이 웹에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 중 많은 수가 “미국사람들은 안그러는데 한국사람들은 너무 과하다” 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추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도 name value를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왠만한 중상층이면 명문대에 대한 욕망이 있습니다. 돈과 실력만 된다면 명문대에 자식을 보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한국부모/학생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냐면, “명문대를 가냐 안가냐”가 아니라, “명문대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입니다. 미국학생들은 명문대에서 4년을 인맥을 쌓는데 보내지만, 안타깝게도 다수의 한국학생들은 명문대 입학이 end point 인것 같습니다..

    • 좋은 포인트시군요
      미국도 명문대에 대한 동경과 갈망은 확실히 우리 못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짧은 유학생활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점라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 Paul You

    미국중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현재 6년 유학중인 학생입니다. 지금은 주립대에서 화학공학 배우고 있습니다(아 정말 학점관리 빡세네요. 여기 밤 11시 30분)
    참, 한국에서는 미국대학이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어떤점이 우수한지도 모르면서 장님마냥 그저 명문대면 좋아라 하고 달려드는것, 이번 사기극으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사건, 미국에서도 아는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서, 누가 한국인들 싸잡아 욕하는것도 아닌데(다만 아시안계애들이 엘리트 집착이 심하다는 말은 미국에도 적잖이 있고, 실제로 좀 그렇습니다만) 뉴스를 보는 제가 창피하더군요. 국제망신입니다 이건. 어느정도 엘리트 의식이 있는 제 엄마도 “아니 그집은 미국에 몇년 있었는데 엄마가 모를수가 있어?” 라면서 황당해 하시더군요. 제 부모님들도 처음엔 하버드니 MIT 니 압력을 넣으시다가 몇년 생활하시다보니 “넌 여기서 살거니까 아무데나 열심히 공부해라 ㅎ” 라고 쿨하게 변하시더군요. 특히 저는 의대 계획중이라 많은 분들이 진짜 학부는 어디가도 상관없다는군요.

    뭐, 미국사람들이라고 다 “하버드는 무슨 그냥 니 주립대가” 이런건 아닙니다. 본인이 적당히 욕심도 있고 자기들이랑 비슷한 애들과 어울리고 싶은 애들이라면, 부모님이 반대안하는 이상 상류 대학 가고 싶은 애들 많습니다. 저만해도 고등학교대 탑 30에 들어가는애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그중 남매는 둘다 다트머스 합격했고요(근데 여동생은 스탠포드로 감). 다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거죠.

    그런데 의문이 드는점은: 왜 평범한 대학가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 한국에 안 전해지는 걸까요? 이게 최근 발견된 Ground breaking 수준의 지식도 아니고 항상 있었던건데 아직도 한국은 땅팔아 집팔아 빚내서라도(항상 문자그대로는 아니지만) 명문대에 목거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해 못하는건 아니죠; 미국과 달리 땅도 좁고 면적당 인구수도 많은데다가 일자리는 점점 치열해져서 당연하고도 남는 현상으로 볼수 있는데, 외국에서 까지 이러는건, 참 이해할수 없습니다. 그 가족은 애 어렸을때부터 (약 10년?)미국 생활했는데, 그 10년동안 땅굴에만 살았는지, 왜 미국대학은 다르다는걸 몰랐을까요? 아니면 그냥 저들 자존심이나 한국에 평생 볼까말까한, 인생에 결과적으로 하등에 상관없는 친인척 혹은 친구등 때문에 어이 없는 선택을 한걸까요?

    • 그냥

      안녕하세요. 전 글쓴이는 아니지만,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부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몇 가지를 알려줄게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학벌에 연연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학벌에 대해서 연연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감을 느꼈던 점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수도권에 있지만 비서울권의 국립대입니다. 저는 제가 다니는 학과에서 하는 공부가 좋아서 박사 진학을 결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분야는 대체로 이공계라서 국내에서는 SPK쪽으로 가는 것이 진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커리큘럼이 빈약합니다. 서울대와 비교하면 저희 학교의 커리큘럼은 굉장히 빈약하고 4년 동안 전공만 들어도 대략 70학점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심지어는 학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든 전공의 과목이 개설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더라고요. 그 쪽은 교수진도 많으니 학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과목을 전부 개설할 수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사실 서울시립대면 한국에서도 굉장히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 쪽에 있는 학과도 서울대와 비교해서 그렇게 견실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부분이 저의 진학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는 SPK로 진학하는 것이 저의 학문적인 발전에 꽤나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SPK에서는 저희 학교에서 배운 커리큘럼으로는 대학원에 가도 따라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에도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보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인해서 박사 진학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학문이 소수 대학이 독점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SPK+연고에서 학문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원도 이들을 거치지 않으면 학계에서 살아남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는 학벌의 차별보다는 좋은 학자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이 대학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학들은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 입니다. 즉, 쉽게 말해서 대학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제가 다니는 학과에서도 대학원이 있지만 대학원생은 없습니다. 사실상 운영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저희 학과가 수도권에 있지만 이 지경이면 다른 학과에서는 거의 마찬가지 수준일 것 입니다. 예외적으로 부산대는 굉장히 대학원을 잘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은 부산대의 지리적 위치 때문일 것 입니다. 부산대를 제외하고는 제가 공부한 분야에서 대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들 대학들은 대학원생이 들어온다고 해도 대학원생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고 이로 인해서 그들이 졸업을 한다고 해도 좋은 논문을 생산할 수있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학계에서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SPK에 몰리면서 한국은 소수의 대학들이 학문을 독점하는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교육의 질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횡설수설 했네요. 이것은 단순히 제 의견입니다.

      • Paul You

        대학원이 있어도 대학원생이 없다는건 참 슬픈일이군요. 한마디로 학문자원(?) 이 한 곳에만 불균등하게 치우쳐져 있다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