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상대적 기준

암스테르담에 온 지도 한달이 넘었다. 지난번 정착기에서 언급한대로, 이 곳도 working hours가 만만치 않게 길다. 세계 어디를 가던지 컨설턴트들은 work and life balance가 화두인것 같다.

상대적 기준에 따른 Work & Life Balance

 

이 곳 암스테르담의 컨설턴트들에게도 work & life balance는 중요한 화두인데, 얼마 전에 이 곳에 있는 컨설턴트들과 저녁을 먹다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다.

암스테르담에서 San Francisco로 트랜스퍼를 가는 컨설턴트가 있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그 곳이 좀 더 working hours가 짧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뉴욕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트랜스퍼를 온 사람은 뉴욕보다는 암스테르담이 좀 나은 것 같다고 한다. 미국이라고 다 같은게 아니라 미국도 동네마다, 지역마다 working hour의 기준이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 온 나는 한국보다는 그래도 주말에는 일을 안하는 암스테르담이 나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주말에 일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work & life balance를 생각할 때, 주변의 준거집단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은 주변에 친구들이나 MBA동기들이 대부분 tech industry 에서 일단다. 즉, 작은 벤처들에서 일하거나,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서 큰 규모의 tech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주변 친구들을 기준으로 자신의 생활을 평가하는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면 그만 둔다는 것이다.

(참고로 IT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룰루랄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친한 한 대만친구가 애플에서 일하는데, 애플은 정말 working hour가 한국 기업 못지 않은 것 같다.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에 다니는 친구들도 가끔 근무시간이 길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 뉴욕에 있는 친구들은 주변에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도 컨설턴트들보다 집에 늦게 가면 늦게 가지, 일찍 가지 않는 직종들이다. 그래서 집에 좀 늦게 가더라도 주변 친구들보다는 좀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온 나는 과연 누구와 내 근무시간을 비교하는지 생각해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친구들 중에서 대다수가 대기업에 다니거나, 컨설팅, 혹은 예전 직장인 P&G 와 같은 외국계 기업들에 다닌다.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는 사법고시,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무원이나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도 간혹 있다. 예전에는 간혹 banking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빡센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이제는 거의 얼굴을 못본지 오래 되어서 소식이 끊긴 친구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어떤 회사를 다니던지 집에 일찍 가기가 힘드니까 그냥 포기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대안이 있어야지 그걸 보면서, 여차하면 나도 편한 삶을 찾아서 옮길까? 라는 생각을 할텐데, 주변을 둘러봐도 별반 나은 상황이 없거나, 연봉을 많이 희생해야 한다면 그냥 지금 직장에 다니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심지어는 연봉이 많지 않은 나의 공무원 친구들도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결론적으로 저마다의 비교집단에 따라서 work and life balance를 많이 따지게 되는데, 한국은 비교대상들조차 힘든 삶을 사는 친구들이 많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퇴근시간

 

네덜란드에 있는 (컨설턴트 말고)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대부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한 한국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후 5시 정도에 퇴근한다고 한다. 사실 이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의미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

서울은 출퇴근 거리가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되는 사람들이 많아서, 6시 혹은 6시 반에 퇴근해도 집에 오면 7시에서 7시 반, 그리고 샤워하고 씻고 나면 여덟시 가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꾸역꾸역 8시에 저녁을 먹고 9시가 되면, 어느 덧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저녁은 어떻게 가족과 먹었는지 몰라도, 아빠가 올때까지 기다린 가족도 뭔가 서운하고, 만원 전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열심히 집에 일찍 왔는데 막상 급하게 밥먹고 애들 볼 충분한 시간도 없었던 아빠는 허무하다. (working mom의 경우에는 허무함이 2배)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까? 6시 혹은 6시 반에 퇴근하지 못하고 7시를 넘기게 되면, 일단 집에 가봤자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집에 안가고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과 저녁을 먹기로 한다. 야근할 때 먹은 밥값은 청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근을 하다보면 회사에 따라서 11시 혹은 12시가 넘으면 택시비를 대주는 곳이 있기 때문에 힘들게 지하철을 타느니 택시를 타고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려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7시 반에 퇴근할 수 있었던 사람이 결국 밥먹고 1-2시간 더 일하다가 11시에 집에 가는 셈이 되어 버린다. 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시간 활용은 아니다.

네덜란드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5시나 5시 반쯤 퇴근하고 집에 오면 6시 이전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4시 반에 퇴근한다는 사람도 봤다)

암스테르담은 도시도 작아서 회사와 집간의 거리가 1시간 이상 되는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사람이 가능하고, 가족과 저녁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의미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서울과 같이 통근 거리가 긴 도시일수록 6시 전에는 퇴근해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 (아니면 도시를 줄이던지, 교통을 확충하던지… 퇴근하는 것이 지금처럼 전쟁같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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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임한 구글 CFO

 

마침 오늘 뉴스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Google의 CFO가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 두면서 남긴 편지였다. 전문은 아래에 첨부한 바와 같은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부인과 아프리카 여행을 하던 중에 더 여행을 계속할 수 없고 돌아가야 하는 순간, 도대체 언제쯤 계속 여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부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도대체 그 ‘언제가 언제쯤 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계속 의문을 갖게 되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30여년 간을 쉴 새 없이 일했고, 2명의 자녀들도 이제 모두 대학을 가서 독립을 했는데, 언제까지 일을 계속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는 이제는 남은 시간을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다고 한다.

work & life balance는 내가 지금까지 다닌 2개의 회사에서 모두 강한 화두였다.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burn out 되어서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회사를 다니는 중에도 중간중간 병가를 내고 쉬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많은 연봉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서 연봉이 더 낮은 직장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는 많다.

어제도 한시가 조금 넘는 시간까지 일하고 있다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출근 시간이 되었는지 한 친구에게서 까톡이 왔다. 뭐하냐고 묻길래 일한다고 했더니, 그럴꺼면 거기까지 뭐하러 갔냐고 묻는다. 어차피 남들 출근하느 시간에 퇴근하는건 한국에 있으나 네덜란드에 있으나 똑같은거 아니냐며… 8시간이라는 시차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work & life balance를 잘 맞추며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가? 그리고 나에게도 그 언제는 언제 올 것인가? 에 대해서 좀 찬찬히 생각해 보게 되는 하루였다.

[구글 CFO의 편지 전문]

After nearly 7 years as CFO, I will be retiring from Google to spend more time with my family. Yeah, I know you’ve heard that line before. We give a lot to our jobs. I certainly did. And while I am not looking for sympathy, I want to share my thought process because so many people struggle to strike the right balance between work and personal life.

This story starts last fall. A very early morning last September, after a whole night of climbing, looking at the sunrise on top of Africa – Mt Kilimanjaro. Tamar (my wife) and I were not only enjoying the summit, but on such a clear day, we could see in the distance, the vast plain of the Serengeti at our feet, and with it the calling of all the potential adventures Africa has to offer. (see exhibit #1 – Tamar and I on Kili).

And Tamar out of the blue said “Hey, why don’t we just keep on going”. Let’s explore Africa, and then turn east to make our way to India, it’s just next door, and we’re here already. Then, we keep going; the Himalayas, Everest, go to Bali, the Great Barrier Reef… Antarctica, let’s go see Antarctica!?” Little did she know, she was tempting fate.

I remember telling Tamar a typical prudent CFO type response- I would love to keep going, but we have to go back. It’s not time yet, There is still so much to do at Google, with my career, so many people counting on me/us – Boards, Non Profits, etc

But then she asked the killer question: So when is it going to be time? Our time? My time? The questions just hung there in the cold morning African air.

A few weeks later, I was happy back at work, but could not shake away THE question: When is it time for us to just keep going? And so began a reflection on my/our life. Through numerous hours of cycling last fall (my introvert happy place) I concluded on a few simple and self-evident truths:

First, The kids are gone. Two are in college, one graduated and in a start-up in Africa. Beautiful young adults we are very proud of. Tamar honestly deserves most of the credit here. She has done a marvelous job. Simply marvelous. But the reality is that for Tamar and I, there will be no more Cheerios encrusted minivan, night watch because of ear infections, ice hockey rinks at 6:00am. Nobody is waiting for us/needing us.

Second, I am completing this summer 25-30 years of nearly non-stop work (depending on how you wish to cut the data). And being member of FWIO, the noble Fraternity of Worldwide Insecure Over-achievers, it has been a whirlwind of truly amazing experiences. But as I count it now, it has also been a frenetic pace for about 1500 weeks now. Always on – even when I was not supposed to be. Especially when I was not supposed to be. And am guilty as charged – I love my job (still do), my colleagues, my friends, the opportunities to lead and change the world.

Third, this summer, Tamar and I will be celebrating our 25th anniversary. When our kids are asked by their friends about the success of the longevity of our marriage, they simply joke that Tamar and I have spent so little time together that “it’s really too early to tell” if our marriage will in fact succeed. If they could only know how many great memories we already have together. How many will you say? How long do you have? But one thing is for sure, I want more. And she deserves more. Lots more.

Allow me to spare you the rest of the truths. But the short answer is simply that I could not find a good argument to tell Tamar we should wait any longer for us to grab our backpacks and hit the road – celebrate our last 25 years together by turning the page and enjoy a perfectly fine mid life crisis full of bliss and beauty, and leave the door open to serendipity for our next leadership opportunities, once our long list of travels and adventures is exhausted.

Working at Google is a privilege, nothing less. I have worked with the best of the best, and know that I am leaving Google in great hands. I have made so many friends at Google it’s not funny. Larry, Sergey, Eric, thank you for friendship. I am forever grateful for letting me be me, for your trust, your warmth, your support, and for so much laughter through good and not so good times.

To be clear, I am still here. I wish to transition over the coming months but only after we have found a new Googley CFO and help him/her through an orderly transition, which will take some time.

In the end, life is wonderful, but nonetheless a series of trade offs, especially between business/professional endeavours and family/community. And thankfully, I feel I’m at a point in my life where I no longer have to have to make such tough choices anymore. And for that I am truly grateful. Carpe Diem.

Patrick

— Google CFO Patrick Pichette, as posted on Google Plus

(출처: http://www.washingtonpost.com/blogs/on-leadership/wp/2015/03/11/this-retirement-letter-from-googles-cfo-is-like-few-youll-ever-read/)

3 thoughts on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상대적 기준

  1. 예전에는 한국에서 근무했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테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부분들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미국 서부의 일과 삶의 조화에 대해 말씀하신 것 이외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이곳의 많은 기업들이 화상회의, 유선 전화 회의 등을 위한 시스템을 잘 갖춰놓아서, 개인 여건에 따라 필요하면 집에서 일할 수도 있고, 러시 아워를 피하기 위해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후에 다시 몇시간 더 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보니 이런 유연한 근무 형태에 눈쌀을 찌푸리거나 하는 경우도 아직까지는 못봤구요. 어디에서든 맡은 일을 해내면 그 외의 사소한 부분들은 눈치보지 않아도 되니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기가 좀 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1. 공감합니다. 컨설팅도 한국에서는 팀웍이라서 따로 집에 가서 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모여서 할 이야기들만 빨리 하고 집에 가자는 문화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상대적으로는 집에 좀 더 일찍 가는 것 같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집에 가서 일하더라도 용인되는 것이 꼭 일의 특성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2. 미국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work life는 어딜가나 화두인것 같네요. 휴스턴의 경우에는 상당부분 주말에도 일을 한답니다… 물론 한국처럼 많지는 않을수도 있지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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