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에는 에코시스템이 없다
1학년이 끝나고 여름인턴을 시작하기 직전에 애플사의 아이패드2를 구입하였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컴퓨터를 만지면서 처음으로 써 보는 애플사의 디바이스였기에 기존에 새로운 PC를 구입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애플 디바이스와 PC의 차이는 다음 기회에 또 정리해 보도록 하고,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디바이스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다.
아이패드2를 쓰면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앱)을 구매하거나 무료로 다운 받아 쓰고 있다. 지금 아이패드2를 쓰면서 내가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앱은 다음과 같다.
- 소셜네트워크 클라이언트; MyPad+, Twitter, Flipboard, Foursquare, HootSuite, me2day
- 블로그 RSS 리더; Feeddler, Reeder, Instapaper
- 파일 관리 및 리더; GoodReader
- 메모/기록; Evernote, UPAD
- 저장; Dropbox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으며, 외산앱도 있고 국산앱도 있다. 한달 가량 다양한 앱을 써본 결과 외국 인터넷 환경과 한국 인터넷 환경의 근본적인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그것은 요즈음 IT업계에서 화두로 이야기 되고 있는 ecosystem에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수강한 과목 중, Technology Marketing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여러 주제를 다루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이 테크기업의 성공에서 ecosystem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학기의 수업과 아이패드2 구입이라는 두가지 사건이 시간적으로 맞아 떨어지면서 ecosystem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앱을 써보면서 느낀 것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앱은 커다란 platform, 혹은 ecosystem 위에서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혼재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도록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platform으로, 소셜네트워크에서 Facebook, Twitter와 Foursquare, 웹스토리지에서 Dropbox등이 자신의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서비스를 외부에 open하여 더 큰 ecosystem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HootSuite라는 앱으로 Facebook과 Twitter, Foursquare를 동시에 열람, 글을 포스팅 할 수 있고, Flipboard로 Facebook, Twitter 뿐 아니라 RSS 구독도 할 수 있다. Flipboard나 Feeddler로는 RSS를 구독하고 포스팅을 Facebook이나 Twitter로 공유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포스팅은 Evernote에 저장하여 나중에 열람할 수 있다. GoodReader로 Dropbox에 저장된 문서를 열람하고 관리할 수 있다. Instapaper를 이용하면 RSS feed나 Facebook/Twitter로 공유되는 기사 등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열람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앱이 서로 자신이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부족한 기능은 다른 앱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각의 영역에서 사용자들로부터 최고의 편의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앱들이 서로 보완적으로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니, 그 경험의 완결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정확히는 한국의 포털(대표적으로 네이버)은 많이 다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외부 RSS 리더로 전부 열람이 불가능하다. 반드시 네이버로 직접 접속해야만 전부 열람 가능하도록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Dropbox와 기본적으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네이버 n드라이브는 외부앱으로 접속할 수 없다. Twitter와 유사한 me2day는 자신의 앱을 통해서만 포스팅/열람할 수 있다. 이렇게 외부의 생태계와 단절되어 있으므로 사용자경험이 불편하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각자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기능을 하는 서비스가 중복하여 생겨날 수 밖에 없고 각각의 서비스도 그 품질이 제한적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이 거의 모든 서비스를 동일하게 중복하여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라는 큰 관점에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도 작은 상황에서 중복 투자가 일어나고 있으니,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출현하여 시장에 안착하기 훨씬 어려운 곳이 한국이다. 왜 이렇게 경쟁 환경이 다른 것일까? 처음에 언급한 Technology Marketing 수업에서 담당 교수인 Mohan Sawhney 교수는 ecosystem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 ‘put some money on the table’이라고 했다. 모든 이익을 남김 없이 가져가려 하지 말고, ecosystem을 같이 만들어갈 파트너들도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거대 포털들이 인터넷 서비스의 시작과 끝을 모두 제공하겠다는 기세로 모든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 Ecosystem이 생겨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시장이 작기 때문에 모든 이익을 독점해야 이익의 ‘critical mass’가 나오기 때문일까?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의 경쟁 환경이 특별히 치열해서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다른나라의 기업들보다 특별히 탐욕스럽기 때문일까? 앞서 내가 포스팅했던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가 전체 최적을 만든다’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 사회가 실패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open과 ecosystem을 통한 전체최적화 대신 폐쇄와 중복투자를 통한 부분최적화에 집중하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단순히 한국인들이 자기 곳간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하기 때문일까? 더 생각해 볼 문제다.
사족 1; 글을 작성하고 보니, twtkr 앱을 통해 me2day와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대다수 서비스가 폐쇄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
사족 2; (한국 기업의 후진성?을 논할 때 흔히 등장하는) ‘한국의 시장이 작아서’라는 논리는 개인적으로 식민사관, 운명결정론 같은 패배주의적인 사고인 것만 같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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