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를 대표하는 풍차 브루어리 – 드 몰렌 (De Molen)

네델란드에서도 최근에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선봉에 서 있는 곳을 고르자면 드 몰렌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드 몰렌의 정식 명칭은 Brouwerij De Molen 이며, 암스테르담에서 서남쪽으로 기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Bodegrav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2시 반에 영어 투어가 있다고 하여 나는 토요일 낮에 암스테르담 집을 나섰다. (오늘 투어에는 특별히 로테르담의 RSM(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 오승환 군과 은성원 군이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연락을 주셔서 함께 해 주었다.)

 

 

Bodegraven역에 내려서 마을을 통과해서 지나다보니 이 마을의 한적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집들은 모두 나즈막하고, 군데 군데 있는 조그마한 가게들도 모두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한적한 모습이다. 역에서부터 약 10분 정도를 걸어가면서 네델란드 특유의 문화 중에 하나인 유리창을 통해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집들을 통과하다보니 멀리 풍차가 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이 풍차는 지금은 탭하우스 겸 레스토랑, 그리고 작은 바틀샵 정도로 사용되고 있고, 방문객들을 위한 투어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De Molen의 단어적인 뜻은 The Mill 즉 풍차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이 브루어리는 바로 이 풍차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너무 커져서 풍차 안에서만 머물기에는 이 브루어리에 대한 수요가 너무 크다. (현재 900 KHL정도라고 함) 그래서 약 3년 전에 풍차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 별도의 브루어리를 지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풍차는 이 브루어리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브루어리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투어는 일반적인 맥주의 제조 공정과 이 브루어리의 맥주 이름들이 어떤 유래에 따라서 지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약간 커버하는 정도였다. 맥주 자체에 대해서 아주 흥미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설명해주는 곱슬머리 청년이 아주 말주변이 좋아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풍차 안에 있는 작은 설비였다. 200 liter정도의 설비로 지금은 테스트 배치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리 재질의 설비를 벽돌로 감싸고, 온도 조절장치를 그 안에 해 놨다고 한다. 벽돌로 주변을 둘러 놓은 모습이 좀 운치있게 느껴졌다.

15유로 정도의 투어에는 작은 테이스팅 글라스에 5개의 맥주가 나오는데, 맥주는 다음과 같았다.

Pale Ale Simcoe
Vuur and Vlam (fire and flames – IPA)
Heen & Weer (Back & Forth – Belgian Trippel with coriander)
Mud & Funk (barrel aged imperial stout fermented with wild yeast)
Groot & Sterk (Big and Strong – smoked imperial stout)

 

네번째 맥주까지 마시고 나서 풍차에서 조금 떨어진 현대식 설비로 이동해서 투어가 계속 이어졌다. 현대식 설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발로 발효조에 붙어 있는 스타워즈 캐릭터들이었다. Jar Jar, Obione, Chubaka, Yoda 등등 캐릭터가 붙어 있고, 발효조의 이름도 이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붙여져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시 풍차로 돌아와서 마지막 투어를 간단히 끝내고 음식을 주문해서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함께 해 준 RSM 에서 와 준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탭에 있는 맥주들을 하나씩 테이스팅 했다. 음식도 훌륭했고, 메뉴에는 친절하게 각각의 맥주에 대한 맥주 페어링이 적혀 있었다.

 

 

나는 거위 요리를 주문했고, 같이 온 학생들은 티본 스테이크와 돼지고기를 주문했는데, 모두 맛있었다. 전반적으로 네델란드의 음식들이 풍미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모처럼 맥주와 함께 고기를 먹으니 간만에 아주 만족스럽고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델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 중에 하나인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요리를 맥주와 함께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은 안주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I cannot choose”라는 메뉴를 골랐다. 한국에서도 90년대에 일부 맥주집에서 ‘아무거나’ 라는 메뉴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유머 코드다.

드 몰렌의 맥주는 비교적 네델란드 내에서도 발품을 좀 팔면 구할 수는 있다. 물론 동네 수퍼마켓마다 들어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마다 조금 좋은 리쿼 스토어 정도를 가면 있는 편이다.

드 몰렌 맥주들은 라벨(label)이 워낙 독특하게 생겨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드 몰렌 맥주들의 라벨에는 이름과 맥주 종류, 원재료는 물론이고Plato, IBU, ABU 등의 정보들, 심지어는 적정 음용 온도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만든 사람들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비슷한 형태의 라벨을 또 꼽자면 아마도 영국 출신의 BBNO(Brew by numbers)를 꼽을 수 있을텐데, 네델란드 내의 BBNO 정식 수입사가 드 몰렌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한마디로 성격 비슷한 애들끼리 잘 어울리는거다.

 

아무튼 드 몰렌의 맥주 중에서는 Barrel Aged + Wild Yeast 사용 같은 흥미로운 짓들을 한다는 것인데, 막상 브루어리에 가서는 이런 맥주는 sold out이라서 구하기 어렵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그냥 동네 바틀샵에서 구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브루어리 자체는 풍차를 좀 가까이서 보거나, 풍차 속에 마련된 탭하우스에서 운치있는 저녁식사를 하려는 분들에게는 권할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1시간 혹은 1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으니, 반나절 정도의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일 듯 싶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