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바라보는 두 번째 관점 – 자원과 역량의 관점

전략을 바라보는 두 번째 관점 – 자원과 역량의 관점

*** 집필하고 있는 책의 전략 부분 세번째 글입니다. ***

 

전략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관점이 마이클 포터의 산업 조직론의 관점이었다면, 또 다른 대표적인 시각은 자원과 역량의 관점이 있다. 전략을 단순히 기업의 행위 관점이 아니라 “자원(resource & capabilities)”의 관점 및 기업 내에 형성되어 있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y)’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핵심 역량’ 같은 단어들은 아마도 한 두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단순히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이나 개별적인 비즈니스 성공이 아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대 경영 전략사에 있어서 중요한 트랜드이다. 어떤 사업에 진출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은 무엇이며, 그것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에게는 창업 단계부터 그 기업이 존재하고 번창할 수 있었던 자원과 역량이 존재한다. 특히 오랜 기간 생존한 기업이거나 산업 내에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1위의 자리에 오르는 기업이라면 그 기업만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자원과 역량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은 다양하다. 쉬운 예는 아마도 희소한 자원이나 경쟁사 보다 뛰어난 인력을 갖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풍부한 자본, 유능한 인재, 정부와의 좋은 관계 등은 모두 매우 좋은 자원의 예이다.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다면 그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높다. 자원 가운데에서 가장 대표적인 자원은 인적자원이며, 사람들은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인재를 꼽는다. 혹자는 삼성이나 현대가 자본을 많이 축적하고 있어서 무엇을 하던지 그들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이미 많은 산업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였기 때문에 무섭다고 한다.

이런 관점은 앞서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삼성이나 현대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경쟁강도나 수익성, 혹은 성장성 등을 분석하는 산업 조직론적인 관점과는 매우 다르다. 이번 장에서는 역량의 관점에서 전략을 분석하고 세우는 것에 대해서 살펴 보고자 한다.

역량의 관점에서 설명한 한국 재벌의 성장

전략을 역량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많은 기업들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지만, 한국 재벌에 대한 설명만큼 명쾌하게 역량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드물다.

우리나라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는 풍부한 부존자원이 없다. 특히 한국전쟁 직후에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서 우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그 중심에 재벌이라고 불리는 기업집단들이 자리잡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한국 정부의 경제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은 수출 주도형 경제였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족한 자원을 몇몇 기업들에게 집중시키고, 이들에게 수출을 통한 성장을 독려함으로써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부(wealth)를 가져오려고 했다. 정부는 해외로부터 자본의 서포트를 받기도 하고, 기술의 지원을 받기도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자원을 가능성이 있는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나누어주었다. 더불어 한 국가의 기틀인 내수확충, 필수적인 도로건설, 교통수단 확충, 주거용 아파트 건설, 설탕/밀/면과 같은 생필품 공급, 석유/화학/조선/철강과 같은 대형 장치 산업, 이동통신과 같은 기간산업, 군수산업 등을 뒷받침 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자원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개발 정책에 참여하여 대규모 사업권을 따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접근권과 이를 잘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할 목적에서 보여줄 인적, 금전적 자원이었다. 한마디로 풍부한 자본, 훌륭한 인재, 그리고 정부와의 커넥션 및 정부 관료들에 대한 로비 능력이라는 것이 경제 개발 초기에 사업을 일으키기 위한 가장 주요한 핵심 역량이었고, 이러한 핵심 역량만 있다면 어떤 사업에 진출해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들 중에는 현재도 존재하는 재벌들이 많은데, 이러한 재벌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비관련 다각화이다. 당시에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성숙한 경제였다면 각 산업마다 성공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역량과 자원이 달랐을 테지만,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중에는 굳이 산업별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훌륭한 인재, 정부의 지원, 축적된 자본이라는 삼박자만 갖추면 어떤 산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들은 그 중에서도 정부와의 커넥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정부에 대한 로비를 열심히 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오늘날에 재벌들을 보면 서로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여러가지의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한두가지의 역량만 보유하고 있으면 어떤 산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서 성장한 대규모 기업집단이 존재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인도, 베트남 등등, 정부 주도형 경제개발을 택하면서 산업별 초기 경쟁상황이 비교적 취약했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시각이 급속하게 바뀐 것은 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국의 기업들이 국내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씩 열리면서부터이다. 철저하게 내수 시장에서 보호받던 대기업들에게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무엇을 정말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꼭 특정 산업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자신들만의 “핵심역량”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근본적인 역량과 관련성이 적은 사업들을 매각하기 시작하였다. 그 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덜 중요하거나 자신이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을 매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재벌 기업들은 너무 많은 서로 다른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이한 여러 사업을 한 사람이 통솔하는 시스템 보다는 각각의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지주회사의 역할만을 하겠다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면서 밤새도록 이야기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관리의 삼성”과 같은 말이 있다시피 삼성그룹이 경영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아주 엄격한 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핵심 역량”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경쟁상대로 손꼽히는 애플의 경우에는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해서 출시하면서, 자신들의 하드웨어 제품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이른바 ‘에코시스템(eco-system)을 탁월하게 구축해 내는 능력이 바로 애플과 그 회사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에는 혁신과 디자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의 대부분을 한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어서인지 스티브 잡스의 사후에 급격하게 혁신적인 이미지가 쇠퇴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역량으로 사람들이 손꼽는 것 중에 하나는 산업 내의 성공사례를 과단성 있고 빠른 투자와 실행 능력을 통해서 따라잡는 능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삼성을 남의 것을 베껴서 그대로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역량조차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반대로 이런 능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런 능력을 어떤 한 두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 전체에 녹여내고 있고, 시스템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애플처럼 리더를 잃고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삼성의 핵심 역량이 한국에서 존재하는 최고의 인재들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인 중에서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학계에 남는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박사가 선택하는 직장이 바로 삼성이다. 특히나 국내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삼성전자를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졸업하는 능력 있는 공학박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인다.

그렇지만 우리가 핵심 역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야만 우리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핵심역량을 정의하기

핵심역량을 정의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십년 동안 훌륭한 비즈니스를 일궈온 중견기업의 CEO에게 ‘당신 기업의 핵심 역량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 CEO는 선뜻 답을 못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러한 전략적인 생각을 굳이 해 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본인의 사업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인접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90년대 후반에 한국 대기업이 겪었던 것과 같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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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세제, 탈취제, 칫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P&G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예컨대 P&G나 Johnson & Johnson 과 같은 소비재 기업의 경우에는 수 십에서 수백가지 다른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소비재라는 단어로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은 샴푸에서부터 감기약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를 커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일까?

많은 경영학자들은 P&G나 Johnson & Johnson의 핵심역량을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있다고 본다. 즉, 이들 기업에게는 어떤 제품, 어떤 산업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소비자들에게 마케팅하며, 리테일 채널을 통해서 판매하는 역량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자신도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고 사업을 주도적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하며,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번 형성된 핵심 역량은 다른 산업이나 다른 제품에도 얼마든지 전이(transfer)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복가능(repeatable)하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는 어떤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이러한 핵심 역량에 집중해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재 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국제기업이라는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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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처음에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서점에 머물지 않았다. 아마존은 책에서 CD, DVD, 의류, 신발 등으로 계속 카테고리를 확장시켰고, 지금에 이르러는 아마존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터넷 쇼핑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아마존 로고에서 첫글자 A에서 네번째 글자 Z까지 화살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은 영어표현에서 모든 것을 뜻하는 “A부터 Z까지”를 상징한다. 아마존은 어떠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처럼 인터넷 쇼핑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마존이 만약 처음에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좋은 책을 선정하여 파는 능력’으로 정의했다면 과연 지금 아마존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많은 사람이 답을 알고 있다시피 아마존의 핵심 역량은 빠른 시간안에 복잡한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물류 처리 능력과 아마존을 통해서 물건을 산 사람들에게 그 사람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이 구매했떤 것을 기반으로 또 다른 제품을 추천해 주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능력이다.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키 역시 핵심 역량 측면에서 흥미로운 모델이다. 나이키는 처음에 신발에서 시작해서 의류, 운동기구라는 방식으로 늘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나이키가 스포츠 제품 영역에서 매우 훌륭한 회사임은 분명하지만 역시 나이키는 신발로 출발한 회사이다. 나이키는 탄생 자체가 1960년대의 한 육상 선수와 그 코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육상선수들이 가장 좋은 퍼포먼서를 낼 수 있는 신발을 디자인하다가 나이키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이키의 DNA안에는 “신발”이라는 요소와 “최고의 퍼포먼스를 도와준다”라는 두 가지 요소가 처음부터 있었다. 나이키는 농구와 테니스로 사업 영역을 넓힐 때에도 신발 사업으로 먼저 진출하였고, 그 후에 골프 사업에 진출할 때에도 항상 신발을 앞세웠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 이후에는 의류,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공이나 골프채 등과 같은 운동 기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나이키의 이 모델은 너무나 반복적이어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방하지 못한다.

사업의 운영 방식상에서는 위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만, 나이키는 스스로의 핵심 역량을 이야기할 때에 디자인과 마케팅이라는 두 가지에 방점을 둔다. 따라서 나이키 본사는 디자인과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 영역에만 집중하며, 생산이나 유통과 같은 분야는 모두 외주 업체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핵심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조직 자체를 굉장히 가볍고 날씬하게(lean) 유지하면서 핵심 인재의 확보에 집중할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한 사례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정의한 핵심 역량의 특징은 산업이나 분야가 바뀌더라도 반복 가능하다는 특성과 다른 경쟁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다는 명확한 특징이 있다. 스스로의 핵심 역량을 제대로 정의한 후에는, 그 분야에 집중 투자해서 그 사업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강력한 성장률을 보여준다는 특징도 있다. 당신이 진정한 전략가를 꿈꾼다면 가치사슬(value chain) 의 여러 요소 중에서 우리 회사의 핵심 역량이 어디에 놓여 있고, 그 영역이 경쟁사에 비해서 어떠한 강점을 갖는지, 그 산업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과는 일치 하는지 등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자원과 핵심역량 확장하기  

이처럼 자신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한 업체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제조나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구조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산업과 유사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나이키가 조깅화에서 시작해서 테니스화, 농구화, 골프화 등으로 확장한 사례) 아니면 고객의 접점을 찾아서 계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P&G나 Johnson & Johnson이 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리테일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 위주로 넓혀 가는 사례) 즉, 일단 핵심을 제대로 정의한 후에는 비용을 공유하거나 고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면 그만큼 사업 다각화에 있어서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일단 한번 정의된 자신의 핵심 역량을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원래 자신들이 잘 하던 것들을 계속 고집하기만 하다가 결국은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성장을 멈추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때에는 좀 더 창의적으로 다시 한번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해석해야만 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이 멈추는 경우에는 조직 내에서 위기감도 커지고, 활력이 떨어지므로, 우리 기업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는 미국의 만화책 회사였던 마블 코믹스 (Marvel Comics) 이다. 마블 코믹스는 수 많은 만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스파이더맨, X맨,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토르(Thor), 아이언맨(Ironman), 헐크(Hulk) 등이 있다. 얼핏 듣기에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 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친숙하게 들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해서 제작된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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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만화책 출판사였다. 마블 코믹스는 수퍼 히어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수 많은 만화를 출판하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종이로 된 만화책을 덜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간단한 만화를 보기를 더 원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손쉽게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다운로드 받아서 보기를 원하게 되었다. 90년대 후반에 마블 코믹스는 파산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새로운 수퍼 히어로를 주제로 만화책을 더 찍어내는 것은 당시의 마블에게는 너무나 힘겨워보였다. 하지만 마블은 매우 스마트한 방법으로 회사를 턴어라운드 하는데 성공하였다.

마블 코믹스는 자신들의 역량과 자원을 ‘만화책 출판’이라는 비즈니스로 한정 짓지 않았다. 마블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형성해 놓은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를 추종하는 수 많은 팬들을 자신들의 자산이자 역량으로 규정하였고, 이들을 토대로 한 영화 판권 판매와 캐릭터 상품 판매로 사업을 재정의하였다. 그 첫 시작으로 스파이더맨과 같은 캐릭터의 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는데 있어서 판권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블은 이렇게 성공한 영화의 캐릭터에 대한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를 가지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 판매와 비디오 게임 등의 판매에 있어서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었다. 스파이더맨 등 몇몇 캐릭터의 지적 재산권을 활용하여 성공을 통해서 마블은 캐릭터 기반의 영화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급기야 2000년대 중반부터는 자신들만의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하였다. 만화책 회사가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블이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영화 작업을 대형 영화 스튜디오와 함께 하면서 그들의 영화 제작 노하우를 습득한 후에 내부적으로 역량이 쌓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마블 코믹슨느 캡틴 아메리카 (우리나라에서는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 시리즈, X-맨 등의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급기야 2012년에는 캐릭터들을 한 군데 모은 영화 어벤져스 (Avengers)를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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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파산 직전에 있었던 마블 코믹스는 불과 10여년 만에 회사의 가치는 몇 배로 뛰었고, 결과적으로 2009년 말에 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에 43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조원)에 매각되었다. 캐릭터를 기반으로한 지적 재산권 관리와 판매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바로 디즈니이기 때문에, 당시에 디즈니가 마블을 매입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디즈니는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사이고, 또 자신들이 잘 관리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를 사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종이로 된 만화책을 멀리 하고 있다는 환경의 변화는 비단 미국의 만화 출판 업계만 직면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만화라는 장르가 한 산업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시대를 풍미한 수 많은 만화책 출판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 한국에서는 웹툰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만화가들이 현실과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인터넷으로 옮겨 온 것이다. 환경의 분석을 정확하게 수행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마블 코믹스의 경우에는 인터넷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점이다. 마블은 인터넷 분야는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마블은 지속적인 만화 캐릭터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신에 예전과 같이 한 에피소드 당 길게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만화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짧은 스토리 안에서도 캐릭터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적인’ 캐릭터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만화책 생산이 마블의 핵심적인 사업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캐릭터에 대한 지적 재산권 판매가 핵심사업인 만큼 만화책 제작은 연구개발(R&D)의 영역으로 축소되고, 대신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숨겨진 자산(hidden asset)을 핵심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2015년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2편은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하여 한동안 우리나라를 떠들석 하게 했다. 도로와 교량을 며칠씩 차단하면서 촬영을 하는 것을 허락할 만큼 가치있는 투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이 있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들에게는 마블의 캐릭터 사업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한발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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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마블 코믹스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는 마블이 영화산업에 진지하게 참여하기 이전에 이미 소니 픽쳐스에게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대한 권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을 어벤저스의 틈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된 점은 아쉽지만, 마블 코믹스가 영화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배우기 위해 치뤄야 했던 수업료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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