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ul
한 대선 주자의 선거 슬로건에 공감하다
아무도 관심 없는 선거 슬로건
-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 ‘마음껏! 대한민국’
- ‘사람이 먼저다’
-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 ‘저녁이 있는 삶’
- ‘걱정 없는 나라’
-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올 12월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대선 주자들의 선거 슬로건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각각의 슬로건이 어떤 예비후보의 슬로건인지 연결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떤 슬로건이 누구의 것인지 연결하지 못했다. 참고로 정답(?)을 알려드리자면, 위에서부터 각각 김두관, 김문수, 문재인, 박근혜, 손학규, 임태희, 정세균 (가나다 순) 예비후보의 슬로건이다.
사실, 어떤 선거든 선거 후보의 슬로건은, 당연하게도, 선전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유권자들은 그것에 거의 관심이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유력 정당이 정책 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표절하기 바쁘고, 불특정 다수의 고객(유권자)들에게 동시에 소구하려고 하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선거도 고객을 붙잡으려는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게 방만한 마케팅 전략이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주인장이자 마케팅에 조예가 깊은 mbablogger님의 의견이 듣고 싶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예비 후보들의 선거 슬로건을 찾아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포스팅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한 슬로건에 깊이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 대선 예비 후보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 독자 여러분들은 이 슬로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나는 이 슬로건이 전달하고 싶은 진짜 의미는 모른다. 그의 공약을 살펴본 바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이 겪고 있는 만병의 근원에는 ‘강요된 야근’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 믿음에 직격탄을 날린 슬로건이 바로 이것이었고, 이 슬로건을 처음 듣고, 마치 나를 들으라고 만든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만병의 근원; 야근!
다양성이 결여된 무한 경쟁, 입시 지옥, 대외 여건에 취약한 수출 주도형 경제, 청년 실업,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 창의력 부재, 낮은 노동 생산성, 출산율 저하…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야근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가? 어차피, 사회적인 병리 현상에 단 하나의 원인만이 있을 수는 없고, 원인은 갖다 붙이기 나름일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야근으로 설명해도 말은 된다는 것으로부터 야근의 폐혜를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야근까지 하고 나면 사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 위해 투입된다. 그러니, 일 말고 다른 무엇을 할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다양성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 밖에 모르니까.
- 입시 지옥도 마찬가지. 학생에게 밤 늦게까지 강요되는 입시 대비 공부는 학생들 입장에서 야근이다. 입시 공부로 야근하고 나면, 음악/미술/체육에 투입할 시간 따위는 없다.
-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너무 높아 대외 여건에 취약하다고 한다. 이 말은,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내수를 강화하려면 서비스 산업을 발달시켜야 하며, 대기업 위주의 성장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인 중산층을 넓혀야 한다고 한다. 야근을 없애 일자리를 늘리고, 관광/문화/예술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소비할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 창의력은 ‘잉여’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없는데 창의력이 발현 될리가 없지 않을까. 각자의 관심사에 쓸 시간이 있다면 창의력도 생겨나지 않을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구글과 3M은 직원들이 각자의 시간의 15~20%를 업무 외적인 일에 쓸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촉진한다고 한다. 정해진 업무 시간을 덜어 내는 것은 차치하고, 야근만 없어도 훨씬 창의적이 될 것 같다.
-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이 최하위권인 한국. 한국의 근로자들이 방만하게 일 해서 그럴까? 너무 (쓸데없이) 일을 오래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 이 모든 병리현상이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가 출산율 저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팍팍한 사회에 내 한몸 가누기도 힘든데,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할 수가 없지 않을까.
야근; 다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
맞다. 지나친 비약이고, 모든 문제를 하나의 원인으로 견강부회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 것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주장은 실업계층의 고충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다’. 등등, 사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이면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말,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제 시간’에 들어가는 것이 경총을 위시한 대기업에서 주장하듯, 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키기만 할 할까. 근로자들이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재충전을 하고, 소비를 하고, 내수가 살아나고,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에 득이 되는 효과는 없을까. 과체중으로 인한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절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절식하면 당장 힘이 없어질테니 절식은 불가하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당장은 힘이 없어지더라도, 절식해서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회복하면 없던 힘도 생길텐데 말이다.
다시, ‘저녁이 있는 삶’
그래서,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에 깊이 공감한다. 설마, 이 슬로건이 야근하지 말자는 뜻만은 아니겠지만, 그 문구가 전달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너무 절절히 와 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조금 더 여유가 생겨서, 야근에 시달리는 아빠, 엄마와 야자에 시달리는 아들/딸이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이후의 시간을 다 함께, 또는 각자의 활동에 쓸 수 있다면, 한국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Disclaimer: 본 포스팅의 내용은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 및 선호와는 관련이 없다. 고백하건데, 손학규예비 후보를 비롯하여, 모든 예비 후보들의 공약 내용을 아직 살펴본 바 없다.)

동감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 “휴가가 있는 삶” 이것만 지켜져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네, 불필요한 야근도 야근이지만, 근로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주말과 휴가를 눈치보면서 보내야하는 문화부터 하루빨리 개선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페북에 공유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처음 ‘저녁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듣고 완전 눈물을 흘리면서 공감을 했다죠…
정말 이 슬로건 만들어내신 분께는 인센티브를 퐉퐉!! 때려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ㅠ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