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물건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21세기 북스)를 읽었다. 얼마 전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재미있게 봐서, 한국에서 오는 누나에게 부탁해서 책을 좀 사다달라고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시급하게’ 읽어야 할 만큼 심오한 주제도 아니고, 깊이 있는 책도 아니었지만, 구구절절 굉장히 공감하면서 읽은 책이 되었다. 나는 심리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김정운 교수가 말해주는 심리학적인 해석은 경영학적인 입장에서 봐도 매우 타당한 부분이 많은 것들이었다.
이 책은 초반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의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후반에는 이어령의 책상, 문재인의 바둑판,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유명인사들의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힐링캠프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대충 이정도의 설명만 들어본 사람들도 짐작 가능하겠지만, 책의 내용은 대략 이런거다.
현대 한국 남성은 불안하다. 그러한 불안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남자들이란 서로 모여도 이야기도 잘 안통하고, 룸살롱 가서 폭탄주나 마실 뿐이다. 모두 불안함에 떨며 하루하루를 챗바퀴 돌듯 살고 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부러 적을 만들기도 하고, 직위나 위치에 엄청나게 집착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로 그러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물건에 대한 집착이다. 이 책에서는 현대 한국 남성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내 주변에도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흔히 말하는 ‘돈 많이 드는 취미’를 가지는 모든 사람들이다. 때로는 그게 외제차일 수도 있고, 와인일 수도 있으며, 카메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물건들의 특징은 매우매우 디테일에 기반한 경우가 많고,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그 이전 단계에 비해서 non-linear 하게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단계를 맛보는 순간 그 이전단계로 돌아가고 싶어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인지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들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만큼 스펙의 레벨업이 그만큼 힘들고, 그 디테일의 차이를 스스로 appreciate하는 희열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사례들처럼 작고 의미있는 것들에 애착을 갖는 경우도 많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도 이런 저런 다양한 물건을 사는 것을 즐긴다. 내 와이프는 이런 나를 보고 여자인 자기보다도 더 쇼핑을 즐긴다고 때때로 핀잔을 주고는 한다. 내가 집착을 보이는 물건들은 책, 와인, 신발/티셔츠, 전자기기 (특히 Apple 제품), 자전거, 수첩 등이다. 예전에는 CD나 카메라에도 꽤 집착했으나 지금은 끊었다. 이러한 나의 ‘물건’들은 아마도 내 비슷한 또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리라고 생각한다.
김정운 교수님의 책 내용에 크게 공감한 이유는 내가 돌이켜봐도 내가 내 물건들 중에서 집착하는 것들은 모두 나를 대변하는 나의 identity , 혹은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지향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엄연한 Fact. 게다가 남성은 패션이나 외모 면에서도 여성에 비해서 차별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자신의 ‘물건들’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남성의 패션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정장의 경우에 국한해서) 넥타이, 커프스, 시계, 구두, 벨트 등인데, 이런 것들은 양복이나 셔츠와 같은 메인 아이템이라기 보다는 ‘뽀인트’를 주는 아이템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남성들은 이런 악세서리에 엄청 집착한다. 이거라도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너무 비슷해 보인다.
사실 이러한 사례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은 군대이다. 군대에서는 누가봐도 다 똑같은 병정들인데, 서로 구두 광이 얼마나 잘 났는지, 군복 각이 얼마나 잘 잡혔는지 등으로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그런다. 지금 돌이켜보면 엄청 우스운 현상이지만, 군바리들끼리는 나름 심각하다. 김정운 교수님이 말한대로다. 존재 불안이 군대만큼 극단적으로 큰 경우 또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자들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족한 부분과 세상에서 얻는 존재에 대한 상처를 자신의 물건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같다. 여성들이 볼 때는 이러한 현상이 ‘대범함’으로 연상되는 남성의 일반적인 스테레오타입과 달라서 (특히 결혼 초기에) 다소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여, 우리 남성들이 물건을 가지고 노는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너무 놀라지 말지어다. 그것은 자기 내면에 대한 세상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이자,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므로…


참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글을 보고 제가 선호하는 물건들을 돌아보니 정말 물건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자 했던 거 같아요. 언어감각이 떨어지니 유형의 것으로 대신하는게 정말 남자인가 봅니다 ^^;
남자의 물건으로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훌륭한(?) 마케팅 덕분에 ‘소비’ 그 자체가 자신을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었죠. ‘쓸모’에 의해서 소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ㅎㅎ
This is a most useful cnortibutoin to the deb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