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톤(Evanston)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MBA를 졸업하였다. 꿈만 같던 2년이 지났다. 물론 앞으로 당분간 휴식기를 갖겠지만, 그것은 일하기 전에 찾아오는 잠시 잠깐의 휴식일 뿐이다.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에반스톤의 여름은 아름답다.
시카고에서 북으로 12마일 떨어진 이 작은 대학도시에는 완연하게 여름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아이스 커스타드 (아이스크림의 일종)를 파는 Andy’s 라는 가게 앞에 밤마다 나와서 테이블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주변의 공원들도 모두 여름을 맞아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는 한가하지만, 그 주변의 레스토랑들은 졸업 시즌을 맞아서 자녀들을 방문한 부모님들 가족들의 브런치나 저녁식사로 여느때보다 분주하다.
한여름이지만 미국아이들의 조깅에 대한 열정은 말릴 수 없다. 특히 날씨가 좀 서늘한 오전 일찍이나 저녁무렵에는 오히려 여름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통을 드러낸 조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에반스톤의 주민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바로 젊은 대학생들과 나이드신 어르신들인 것이다. 에반스톤은 시카고 인근에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많은 노인분들이 여생을 보내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는 도시이다. 미국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서 살면서 활기와 열정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느 미국의 대학도시나 비슷한 풍경이겠지만, 2년간 노스웨스턴 캠퍼스와 에반스톤에서, 살며 배우며 즐기며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나에게는 에반스톤의 모두가 아름답다.
에반스톤 주변에는…
게다가 이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점도 많다. 시카고는 스테이크로도 유명하지만, 링컨파크 주변에는 새롭게 부흥하는 hot 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예전에 마이클 조던이 살던 Northbrook 인근에는 좋은 레스토랑들이 더 많이 있다. 그 외에도 리틀 인디아, 차이나타운, 그리스 타운 등이 있어서 미국내 정착한 이민자들이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많은 음식들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맛볼 수도 있다.
이 지역 인근에는 밀러와 같은 대형 맥주회사와 수많은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 brewery)로도 유명하다. Goose Island, Founders, Bells, 등의 브루어리는 미국 내에서도 꽤 인지도가 높다. 이러한 브루어리들에서 만드는 에일(Ale)은 한번쯤 꼭 마셔볼 것을 강추한다. 이러한 브루어리들은 모두 시카고 인근에서 2-3시간 이내에 있다.
미국내에서는 어느 곳을 가던지 아웃렛이나 몰(Mall)들이 즐비하다. 에반스톤도 예외는 아니다.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오로라(Aurora) 아웃렛까지는 불과 1시간 거리. Old Orchard Mall 이라는 대형 쇼핑몰은 우리집에서 10분 거리. 그 외에도 세금이 조금 더 싼 위스콘신 방향으로 차를 달리면 1시간 거리 안에 수많은 쇼핑센터들이 가까이에 있어서, 쇼핑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사실 에반스톤만한 도시도 드물것 같다. 이렇게 대도시와 가까우면서, 대학을 끼고 있어서 열정과 젊음이 넘치고, 그리고 주변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은 도시도 미국에서 많지 않으리라.
그래서인지 에반스톤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말 에반스톤에 다시 돌아올 일이 언젠가는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
여름마다 에반스톤에 다시 돌아오는 Kellogg 선배들
최근에 Kellogg의 선배 분들이 심심치 않게 에반스톤을 찾아와서 후배들에게 와인도 사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함께 골프도 치고 있다. 켈로그의 동문들끼리 워낙 끈끈한 것은 유명하지만, 이렇게 여름 시즌에 선배들이 찾아와서 에반스톤에 남아 있는 후배들을 챙겨주는 것은 조금 의외일 것이다. 그것도 매년 여름마다.
그 선배분들이 여기 다시 찾아오는 이유는 자녀들의 섬머캠프를 위해서이다. 에반스톤 주변에는 좋은 학교들도 많고, 시카고 쪽으로 가면 더 좋은 썸머 스쿨들이 많다고 한다. 예컨대 오바마의 자녀가 다니는 곳도 시카고 대학 인근의 섬머캠프이다. 한국의 교육열이야 다시 말해서 무엇하랴. 그 교육열은 우리 켈로그 선배분들도 가지고 계시고, 2년간의 MBA생활로 익숙한 이곳으로 자녀들을 보내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도 켈로그 동문 선배분들도 심심치 않게 여름이 되면 아이들을 섬머 캠프에 다시 보내려고 이곳으로 다시 오셔서 며칠 지내고 가신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궁금할 것은… 왜 에반스톤일까?
에반스톤… 다시 돌아오고 싶은곳
에반스톤은 미국내에서 별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다. 그리고 학구열이 엄청 높은 도시도 아니다. 아마도 미국내에서 가장 학구적인 도시로 따지면 보스톤이나 그 인근의 캠프리지를 꼽지 않을까? 한국인들에게도 그런 곳의 대학들이 훨씬 유명하고 말이다. 아니면 LA 근교에 있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를 찾아서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에반스톤의 장점이 몇가지 있다. 한국에서 시카고까지 직항 항공편이 매일 있고, 켈로그 동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할 뿐 아니라, 매우매우 안전한 도시이다. 게다가 이 인근에는 생각보다 좋은 공립/사립 학교들이 많이 있다. 미시간 호수도 바로 옆에 있어서 많은 학교들이 호수에서 수영이나 카약등의 야외활동을 한다. 시카고까지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것도 장점. 시카고에 있는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도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해마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이곳에 보내서 미국에서 섬머캠프를 경험하게 한다.
나도 언젠가는 나의 아들을 이 근처에 있는 학교에 방학동안이라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러면 내가 에반스톤에 다시 돌아올 명분이 생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미국 내에서 어느 한 도시를 골라서 나의 자녀를 여름동안 보내야 한다면 그곳은 바로 이 도시일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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