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시대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엔지니어의 시대이다.
며칠 전에 새로운 애플의 제품라인이 소개되어 모든 여론의 중심에 있었던 애플의 WWDC만 봐도 이것은 분명했다. D가 의미하는 바는 Developers 즉,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뜻한다. 즉, 이제는 전세계의 개발자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제품들이 (꼭 소프트웨어가 아니더라도) 소개되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발표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 같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엔지니어들이 있는 곳에 바로 미래가 있다.
며칠 전에는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외계의 행성에 가는 내용의 영화였다. 여기서도 우리 인류를 처음 만든 사람들을 ‘엔지니어’라고 부르더라. 그만큼 엔지니어들이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창조한다는 인식이 미국인들의 언어속에도 파고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Engineers vs. Businessmen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5대 산업을 들라고 하면 하이테크(High Tech), 바이오(Bio & Pharm.), 금융(Finance), 연예(Entertainment), 그리고 에너지(Energy) 등을 꼽는데, 금융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모두 Technology 기반의 산업들이다. (심지어는 엔터테인먼트도 그렇다. 최근에 개봉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라)
사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자, 전세계 누가 봐도 번영의 길을 달리고 있는 미국 최대의 산업은 IT 산업일 것이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분야에서 모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Google, Apple, MS, Cisco, Amazon 등등 훌륭한 기업도 수없이 많이 배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인기도 치솟는다. 많은 기업에서는 CS (Computer Science) degree를 가진 사람들을 뽑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고, 실제로 MBA 졸업생 중에서도 과거에 엔지니어 출신으로 3-5년 가량 실무 경험을 쌓고,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job market 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공률을 거두는 것 같다.
지금 현재 미국에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그들이 지금 미국 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력이라는 점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반면에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나 2002년 엔론/월드콤 등의 회계부정으로 인해서 금융계에 종사하거나 회계/재무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체면을 구겼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것들을 만들어서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긴듯 하다.
요즘 떠돌아 다니는 아래 그림을 보자. 구글에서 Why business people 과 Why engineers 를 타이핑 했을 때의 자동완성되는 문장들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엔지니어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각과, 비즈니스맨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음을 극단적인 대비로 보여주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무언가 가치가 있는 것을 창출해 내는 반면, 비즈니스맨들은 바보같고, 이기적이고, 영악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을 풍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금 엔지니어의 시대
미국의 최고 대학들은 엔지니어링 스쿨, 즉 우리나라 말로 하면 공대를 키우는데 여념이 없다. 최고의 공대라고 불리우는 MIT, Stanford, UC Berkeley, Cal Tech, Georgia Tech, UIUC 등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들 대학의 공대를 졸업한 후에는 높은 연봉과 좋은 회사에서의 취업이 보장된다.
재미있는 점은 Graduate School 즉,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으로 오면 미국 국적의 학생들은 줄어들고 international 즉, 국제학생들의 비중이 70% 까지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걱정스런 시각을 보이는 미국인들도 많지만, 그에 대한 반대의 논리도 있다. 즉, 아직까지 미국이 혁신의 중심에 서있고, 그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 여전히 엔지니어들에 대해서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것은 미국의 대학들이 잘 하고 있는 점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 Forbes Danger: America Is Losing Its Edge In Innovation)
실제로 나도 궁금해서 구글링을 좀 해 봤는데, 아래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노동부에서 나오는 통계에 따르면 Software Engineer의 경우는 연봉의 median pay 즉, 중간값이 약 9만불이 넘는다. 평균적으로 1억 정도는 받는다고 보면 되겠다.
한국에서 공대생은 놀림꺼리?
(내가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끔 사용하는) 네이버에서 ‘공대’ 혹은 ‘공대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봤다. 공대생들은 모태솔로가 많다는 둥의 놀림꺼리 같은 내용이거나 ‘공대얼짱’ 같이 공대여자중에선 예쁜여자가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듯한 뉴스만 쏟아져 나온다.
공대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는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그냥 당연한 FACT처럼 받아들여진다. ‘한때는 서울대 공대가 연대 의대보다 인기가 많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지금의 고3 입시생들에게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일터이다.
나는 국가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위해서는 의대보다는 공대쪽에 더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료분야도 발전해야 하는 중요한 분야임은 틀림없지만, 엔지니어의 경쟁력이 국가의 국제적 국가경쟁력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FACT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대의 인기가 떨어지고, 공대생들이 놀림꺼리가 되고 있는 나라는 아마도 한국밖에는 없지 않을까?
주변에서 창업을 했거나,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항상 ‘좋은 개발자 어디 없냐?’는 말을 입에 달고들 사신다. 좋은 개발자들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대부분은 게임 산업 등 몇몇 산업에 집중되어 있어서, 다른 분야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 같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공대교수를 하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공대교수를 하고 있는 우리 형과 이야기를 해 봐도 미국과 한국의 공대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은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공대 박사가 국가적으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인력이다. 공대 교수에 대한 보수와 보상 또한 이에 준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대 박사와 공대 교수들은 미국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결국 학과의 인기가 지금의 job 시장에서의 매력도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엔지니어와 대화하는 힘
나는 경영학과 학부 졸업에 경영학 석사를 했으니, 한마디로 ‘상돌이’다. 그리고 경영학을 학부/대학원에서 공부한 바로 내린 나 나름의 결론은 ‘경영대생 10명이 모여도 자기들끼리는 아무것도 못한다’ 라는 것.
공대생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경영대생들은 10명, 100명, 1000명이 모여도, 자기들끼리만 있으면 계획을 세우다가 날이 새고 만다.
엔지니어들끼리도 자기들끼리만 모여 있고, 좋은 매니저가 없으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때가 많다. 방향을 잡아주고,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계속 가져가 주는 좋은 product manager 나 business manager들이 꼭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는 공대생들과 일하는 법,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공대생들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도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법들도 많이 다르다. 경영대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문대나 사회대 출신들도 공대생들과는 대화를 하려면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을 공대생들을 geek하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여기고 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바보같은 짓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런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많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현실을 보건대, 이것이야말로 정말 풍자로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암담한 수준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심지어 한국의 안철수 교수 같은 사람들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엔지니어들로부터 최대의 아웃풋을 끌어 내고, 엔지니어들을 활용해서 자신이 세상에 내놓고 싶은 것들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은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한국도 마찬가지로 현재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드네요. 인문학이 천대 받다가 인문경영이니 뭐니 해서 잠시 뜨는 것 같더니만 이제는 공대생의 시대가 도래한 듯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계시다니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제 주변에도 항상 좋은 개발자 구하느라고 난리더라고요.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래요.
‘뿌리깊은 바람에 아니 흔들릴세.’ 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우리나라처럼 기초학문과 기술에 대한 뿌리가 위태해지고 있는 지금 상황은 참 안타깝습니다. 나라를 말아먹는 건 정치인들이고…
정말 이러다가 큰일 나는건 아닌지 아찔할 때가 많아요. 다들 취직때문에 대학을 상경계열로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경영대 졸업생으로서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뭐 미국이 위대한걸 가지고
한국이 자학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 못지않게 인문학과 공대가 발전한
유럽과 일본이 번듯한 상용OS나 오피스 프로그램하나 개발 못해서
애플이나 구글 MS에게 발리는형국인데…
한국이 미국만큼 못한다고 열등감 느끼는건 좀 무리수 인듯 합니다.
공대 졸업생으로 한국에서 공대의 이미지/사회적인 대우가 그만큼 좋지 않은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마치 공대를 졸업하면, 공돌이 라고 부르며 칙칙한 이미지를 연상하니..
이렇게 된 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IT의 경우 좀 다르지만) ‘공대 =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니, 사회적으로도 금융기관 혹은 대기업의 재무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뭔가 낮은 Grade로 인식을 하더군요.
또한, (화학공학 같은 경우) 한국이 기술 개발을 주도 하는 입장이기 보다는, 외국의 비싼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그것을 developing 시키는 쪽의 업무가 많기에, 그만큼 홀대 받고,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에서의 화학공학자들의 입지를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학을 연구하고, 기술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그만큼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전문직 선호 등의 결과로 공대의 입지는 점점 더 낮아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나마 IT는 요즘 개발 붐으로 인해서 탄력을 받았지만 그 외 산업들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취업이 잘된다’ 와 ‘미래가 밝다’ 는 다른 개념이니 말이죠..)
얼마전 태국 거래선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말이, 태국에서 지금 최고로 선호되는 남자 직업 1위는 의사, 2위는 엔지니어 라더군요. (변호사는 어떠냐고 물으니, 사건을 해결하고 공임을 떼이는 경우가 아직도 발생해서 돈을 많이 못 번다는 웃긴 얘기를 해주더군요.ㅎ)
이미 유명한 얘기지만, 인도에서도 엔지니어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이는 선진국에서 인정해주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겠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국가들의 경우,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엔지니어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한국은 그런 시기가 크게 없이 늘, 엔지니어들은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도 주변의 엔지니어 친구들과 얘기하면,
그때 그냥 의대를 다시 가는게 나은 선택이었다거나, 혹은 게중에 이미 의학대학원 가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안타깝죠..
얼른 우리나라도 기술개발을 주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이로 인해 엔지니어들의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근데 금융도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것같은데 (제 주변 공돌이들 중에 금융계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점에서 다섯 산업이 모두 기술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