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Jun
Kellogg 졸업; 내 인생의 2막을 마치며
Kellogg에서의 정규 수업은 모두 끝이 났다. 오늘까지 두 과목의 기말 시험을 치렀고, 다음 주 중으로 나머지 한 과목의 take home exam만 완료하면 모든 교과 과정이 끝난다. Kellogg에서의 2년, 그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올 때, 날씨는 유난히도 좋았다. 시카고의 여름은, 고단한 겨울을 보상이라도 하듯 정말 아름답다. 그 햇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나는 여기서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이제, 졸업식만을 남겨두고 있는 지금이 그것을 정리해보기에 적절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1. 가족들과 보낸 시간
Kellogg에서 나는 물론 full-time student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MBA의 수업은 일주일에 많아야 12~15시간. 자료를 읽고, 숙제를 하고, 팀모임을 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물론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된다. 그리고 수 많은 과외 활동까지 챙기려면 엄청나게 바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full-time dad and husband로서의 생활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들과 녹지가 우거진 호수가를 산책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어찌보면 사사로운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다.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과 보통의 사회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면 지금과 같은 시간은 아마도 다시는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2년이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2. 넓은 시야
미국은 자본주의의 실험실이자 최전선이다. 자본주의와 비즈니스가 극단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사회가 돈을 중심으로 최적화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조금이나마 맛을 본 기분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옳은 것인가는 좀 다른 문제이다. 사회가 지향하는 모습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고, 미국은 그 중 하나의 지향점을 택한 국가일 뿐이다. 무엇이 되었건, 사회의 지향점을 이 정도 달성한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미국의 모습에 빗대어 생각 실험(thought experiment)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Kellogg로 유학을 온 덕분에, 운 좋게도 필리핀에서 여름 인턴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윤을 목적으로 굴러가는 조직만 본 나에게, 국제기구라는 조직은 색다른 경험이었고, 필리핀이라는 또 하나의 전혀 다른 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3. 생각하는 습관
나는 경영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을 거쳐 투자업무를 하고 Kellogg에 입학했다. 어찌보면, 이 보다 더 ‘경돌이스러운’ 경력이 있을 수 없다. 학부에서, 직장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훈련이었다. 보다 비즈니스적으로, 하지만 편협하지 않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긴 느낌이다. Kellogg에 입학하기 전에 나에게는 문제를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모든 문제는 그것이 발생한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지금의 모습이 된 것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곳 mbablogger.net이 큰 계기이자 도움이 되었다(주인장님께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 생각을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과 그것을 글로 적어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물을 낳는 것 같다.
4. 사람
요즈음, 모든 조직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Social Dynamics and Network 수업에서, 다양성이 문제해결력을 높인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증명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저 그것이 멋있어 보여서 만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상당히 균일한 집단에서 생활에 왔다. 물론, 다양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Kellogg에서 만난 사람들도 더 넓은 관점에서는 균일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이곳 Kellogg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의 network에서 좀 더 다른 집단이 될 것이다. 다양한 성장배경과 직업을 가진 좋은 사람들을 이렇게 가깝게,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마지막이 아닐까. 부디, 졸업 이후에도 훌륭한 Kellogg 동기/선후배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서, 계속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Goodbye, Kellogg!
MBA가 줄 수 있는 가치는 1) 직업, 2) 학업/지식, 3) 네트워크, 4) 퍼스널라이프 이렇게 네가지라고 한다. 내가 위에서 말한, Kellogg에서 얻은 것들은 뒤의 세가지인 학업/지식, 네트워크와 퍼스널라이프에 걸쳐 있다. 학업/지식의 측면에서 볼때에도, 수업 자체에서도 물론 많은 배움이 있었지만, 생각해보고 토론해보면서 얻은 것이 그에 못지 않게 가치있다는 생각이다.
MBA는 과연 가치 있는 투자인가. MBA는 무척이나 비싼 투자인 것은 분명하며, 그 효익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항상 중심이 되는 것은 ‘연봉상승’으로 대표되는, 눈에 보이는 효익이다. 굳이 말하자면, 위의 리스트에서 첫번째, 직업만이 효익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으로는 결코 MBA의 ROI는 높지 않다. 그러나, 나의 Kellogg에서의 2년은 학업/지식, 네트워크와 퍼스널라이프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개인적인 가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MBA의 효익은 극과 극으로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MBA는 정말 해볼만한 경험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내 인생의 2막이 끝나려고 한다. 앞으로 펼쳐질 3막은, 2막보다 훨씬 긴 공연이 될 것이다. 그리고 2막처럼 역동적이고 스릴있지는 않을 것이다. 모험하는 기분으로, 시도해보는 기분으로 임할 수도 없을 것이다. Kellogg에서의 값진 경험과 소중한 인연을 가슴에 품고, 좀 더 무겁고 좀 더 우직하게, 이제 막 열리려는 내 인생의 3막을 향해 나아간다.

종종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고생하셨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글 부탁드립니다.
수고 많았소~
늘 너무 재미나게 글을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읽는 어떤 칼럼들보다 너무 실감나고 감칠맛나게 글을 쓰셔서^^)
저도 MBA를 생각하고 있는지라, 이야기들이 늘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졸업하시고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셨으면 합니다! ^^
MBA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디서 들을 수 없는 값진 정보들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많으셨고 서울에서도 항상 건승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늦었지만 졸업 축하드립니다! 멋진 3막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