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레주메(resume)
요즘 MBA지원자 분들의 지원 서류를 무료로 리뷰해 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번 밝힌 적이 있다. 내가 무료로 레주메를 봐드린다고 했을 때 단순히 네트워킹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 일을 통해서 나 스스로도 배우는고 느끼는게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참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놀랍게도 자신이 한 일의 work description을 적는다는 것이다.
- X, Y, Z 회사와 같은 key client account 를 관리하는 일을 했음.
- 외환 관리를 통해서 회사의 외환 hedging 업무 등을 담당했음.
- 유럽마켓에 대한 B2B 마케팅을 담당했음.
- ABC브랜드의 미국 진출 전략을 짜고, 효과적으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개발하였음.
- XYZ 은행과의 협상과정을 리드해서 $XX 의 경비절감을 이룩하였음.
과 같이 적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했던 position에 대한 묘사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context 에서, 어떤 challenge가 있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거나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묘사가 있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욕심을 내서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이 레주메를 통해서 ‘이사람 한번 만나보고 싶네’ 라는 마음이 들게끔 해야 한다.
예전에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레주메라는 것을 처음 써보기 시작했을 때, 종종 Mac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스티브 잡스가 올려 놓은 레주메를 보곤 했다. 자신의 레주메를 이렇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용기있는 일이었지만, 그 내용이 정말 감동이었다.
잡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description 을 적은게 아니었다. 그가 했던 일의 맥락과, 의미, 그리고 결과를 구체적이면서 위트있게 적고 있다. 이 레주메만 읽어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같이 일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고, 이 사람이 마치 앞에 있는 것 처럼 그려진다. 단순히 업무만 나열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서 Work experience에는
Apple Computer Inc.
Helped company to once again create phenomenal products such as iMac, iBook, G4, PowerBook, iTools, iMovie, Mac OS X, iTunes, iPod, iPhoto, etc.
라고 적고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구체적이면서도 멋지게 표현했다. once again이라는 한 단어로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여주고, helped라는 동사는 겸손한 태도를, phenomenal products라는 말은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에이~ 이런 애매한 표현들은 그가 steve jobs 이고, CEO 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라고?
그런감이 조금 있다. 그럼 다음 문장을 한번 보자.
Pixar Animation Studios
Discovered a little animation company that needed a vision. Liked the product so much I bought the company. Pixar is now ‘the’ digital animation studio.
a little, ‘the’ 와 같은 단어에서 오는 위트가 느껴지는가? 비전이 필요했던 작은 애니매이션 스튜디오라는 말에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스티브 잡스가 쫓겨나기 전에 애플을 창업했을 때의 내용을 보자
Apple Computer Inc.
Invested heavily in funding start-up company (sold my VW mini-bus).
사업을 시작했다고만 말하면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이거 하려고 내 폭스바겐(VW)을 팔았어요’라는 표현은 이 사람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다.
지금 당장 우리가 그처럼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이제 막 MBA를 지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CEO레벨의 레주메를 기대하는 학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레주메를 보면서, 만약 나도 커리어가 10년후, 20년후가 되었을 때, 이런 레주메를 쓸 만큼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이 inspiration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으로 잡스가 레주메의 마지막인 Skills 부분에 쓴 내용을 보자. 보통 우리는 여기 MS office 잘하고, 토플 몇점이고, GMAT 몇점이고 등등을 적거나, 혹은 영어를 괜찮게 하고, 중국어나 일본어도 약간 한다든가 아니면 합창단이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등을 적는다. 하지만 Jobs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Skills
That ‘vision thing’, public speaking, motivating teams, and helping to create easily amazing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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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Mac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잡스의 레주메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google image를 뒤져서 Steve Jobs의 예전 레주메 이미지를 다운 받아서 올린다.

좋은 글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일은 드문것 같습니다.
특히나 유교문화로 인한 것인지 스스로를 어필하는게 어색하다보니
가능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게되고 그러다보니 흥미롭지 않은 레주메가 되버리는
악순환도 있을테구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