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Adapt – 왜 성공은 항상 실패에서 출발하는가?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 by 팀 하포드(Tim Har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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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Harford 라는 경제학자의 블로그를 RSS로 읽고 있었다. 가끔 들어가서 보면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에 그의 책을 하나 보았다. ‘Adapt’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저자였네.. 몰랐다. 경제학 콘서트 라는 책의 저자로 꽤 유명하다고 한다. 다시 한번.. 몰랐다.

이 책의 메시지는 이 책의 부제에서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성공을 하려면 실패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실패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실패라 함은 실패로 인한 피드백과 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실패가 너무 심각하게 모든 것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이런 상태에서 안전하고 비용이 저렴한 실패를 되도록 많이 할 수록 좋은 결과, 훌륭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주로 6,7,8 챕터를 재미있게 읽었다.

Chapter 구성

1 Adapting
2 Conflict or: How organizations learn
3 Creating new ideas that matter or: Variation
4 Finding what works for the poor or: Selection
5 Climate change or: Changing the rules for success
6 Preventing financial meltdown or: Decoupling
7 Adaptive organization
8 Adapting and you

위의 목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6,7,8번이 아무래도 경영학적인 내용과 연관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내용 몇가지만 소개한다.

Worm’s Eye View – 바닥을 기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몇몇 사람들은 중앙에서 완벽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이러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최전선에 뿌려주는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군대와 같은 조직, 거대 기업일 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중앙에서 확실하게 조직을 장악하는 ‘기획실’, ‘전략실’, ‘비서실’ 등과 같은 조직을 개설할 것을 선호하는 사고방식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이 매우 선호된다. 영어에서는 ‘bird’s eye view’ 라는 표현으로, 전체적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을 한눈에 조망 및 관제할 수 있는 조정자의 관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반대로 worm’s eye view를 강조한다. 즉, 가장 업무의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어느정도의 재량권을 가지고 헤쳐나갈 때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The Whole Foods Market 같은 기업의 경우, 엄청난 빠른 성장과 좋은 비즈니스 퍼포먼스 뒤에는 각 점포별로 갖춰진 재량권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묘사했지만, 이 책에서는 홀푸드 케이스가 굉장히 자세히 다뤄진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2차 대전에서 전혀 유연성이 없는 마지노선을 물리쳤던 독일의 군대의 성공요인이 바로 실무진들 (야전 참모들)의 재량권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P&G와 같은 기업에서도 각자 자신의 마켓을 담당하고 있는 Brand Manager들이 일정 금액 이내에서는 대부분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새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본 벌레만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는 것.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야 할지, 어떤 방향의 땅이 진땅인지 맨땅인지 등은 실제로 기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량권을 실전에서 싸우고 있는 실무진들에게 더 많이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인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따른다.

Decoupling – 분리

도미노 쌓기는 한번 실수를 하면 와르르 무너진다. 그래서 기네스북에 최대 도미노로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다가 스태프가 한순간 실수를 하거나, 취재왔던 카메라맨이 볼펜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갑자기 새가 날아들어서 와르르 무너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후로 도미노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만약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면 중간에 그러한 참사가 도미노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어느 시점에서 그 참사를 끊어버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을 금융위기에 빗대어서도 설명한다. 우리가 요즘 경험하고 있듯이,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프랑스 등으로 계속해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제위기는 어쩌면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거래가 연결되어 있고, 그러한 금융기관은 또 보험사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보험사들은 재보험사(reinsurance)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데, 이 재보험사들은 또 많은 은행과 연계가 되어 있어서, 어찌보면 모든게 큰 도미노판 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장치는 이러한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 스위스 치즈(swiss cheese)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한다. 스위스 치즈의 일종인 에멘탈 치즈를 보면 구멍이 여기저기 있지만, 결코 한 덩어리 안에 구멍이 ‘뻥’ 뚤려서 완전히 안쪽 부분이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완벽한 시스템은 없기 때문에 일부분에 구멍이 생길 수는 없지만, 구멍이 생기는 위치를 분산시킴으로써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이 책의 메시지로 돌아가자면,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가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실패를 많이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러면 실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그러한 실패를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적은 비용으로 실패를 하려면, 하나의 실패가 모든 시스템을 망쳐버리는 최악의 참사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분리(decoupling)이라는 것이다.

Too big to fail 이라는 영어표현은 미국의 대규모 은행 및 거대 금융기관들 혹은 대기업 등이 금융위기 이전에 가졌던 마인드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들은 실패하고 무너지기에는 너무 커 보였지만, 한순간에 가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파가 아직도 우리 금융시장으 괴롭히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too big to fail 이라 말할 수 있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우리에게는 삼성, 현대 같은 회사가 이런 존재가 아닐까? IMF 이전에 너무 커서 도저히 망할 수 없을 것 같던 몇몇 기업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번에 망해버렸다. 그리고 그 충격이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기업들을 더 크게만 크게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연 현대/ 삼성이 망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반재벌주의자도 아니고, 재벌해체를 요구하는 자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일제당, 제일모직, 그리고 삼성전자가 모두 다른 회사가 되었듯이 언젠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 TV를 만드는 삼성, 그리고 헬스케어 제품을 만드는 삼성도 분리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든다.

실패에서 배우는 (adaptive) 조직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대학,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계’를 좋은 예로 든다. 즉, 박사학위를 딴다는 것은 5년 가량의 시간을 교수 밑에서 수없이 많은 실험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환경의 특성상 학생들은 실패를 하는 것에 대해서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실패를 거쳐서 한 편의 논문이 탄생하는데, 그 논문은 학계의 지평을 한발짝 넓히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노벨상을 받을 만큼 훌륭한 것도 탄생함으로써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전형적으로 다양성을 극대화시키고, 그 안에서 시행착오를 권장함으로써 보다 많은 대안을 양성하고, 그 대안중에서 최적의 것들을 선택해 나가는 진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구글(Google)이 바로 스탠포드의 캠퍼스 분위기를 벤치마킹 하려고 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되는 것이다. 구글 내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양산하고, 그 중에서는 많은 실패가 발생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서 또한 많은 것을 배워서 더 좋은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구글에는 중앙집권적인 전략부서가 없다는 것.

개인이 실패에서 배우려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개인의 영역도 설명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우리가 실패에서 배우기 힘든 이유는 그 실패를 인정하기가 어렵고 부정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다.

이를 깨려면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이 책은 이들을 validation squad 라고 부르는데, validation이라고 함은 어떠한 정보가 맞는지 틀린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공들인 무엇인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부정한다. 때로는 그 사람들 자체를 부정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비판을 할 경우, 그것을 자기 스스로 해석하지 않고, 그 비판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는 것.

이 책에서는 Twyla Tharp 라는 뮤지컬 기획자 (choreographer)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뮤지컬계의 스타로서 2002년에는 빌리 조엘을 오랜기간 설득하여 그의 음악으로 Movin’ out이라는 실험적 뮤지컬을 만들어서 시카고 무대에 올린다. 바로 브로드웨이로 간 것이 아니라, 일단 시카고에서 실험을 거친 것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들의 평론은 신랄한 비판 일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거의 매일 뮤지컬을 다시 수정하였다. 당시의 배우들은 이미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는 뮤지컬 무대에 계속해서 매일 오르는 것이 고역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배우들이 그날 아침에 바뀐 부분이 연습이 충분하지 않아서 본 공연에서는 실수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뮤지컬을 계속 고치고 또 고쳐서 결국 브로드웨이에 올릴 때 즈음에는 평단의 훌륭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라는 물음을 가지고 접근하여 세 가지 이유를 찾아낸다.

1) 그녀는 실패에서 계속 배우면서 끊임없이 뮤지컬을 수정하는 것이 가능했다.바로 브로드웨이로 가지 않아서 가능했을 수도, 혹은 그만큼의 맷집(?)이 있어서 가능했을 수도 있다.

2) 매일 아침에 춤 연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다시 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예술가들은 종종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세계에 빠지고 마는데, 비디오와 같이 한발 물러서서 보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validation squad로서 그녀의 아들이 평단의 평가 중에서 객관적인 것들을 골라서 말해 준 것이다. 보통 조직에서는 이 관계에서 ‘정치’가 개입되기 쉬워서 항상 의사결정자 주변에 거짓정보를 주는 사람들이 둘러싸게 마련인데, Tharp의 사례에서는 그녀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아들에게 이런 객관성을 지니도록 요구하고, 또 그녀의 아들은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는 것이 재미있다.

결론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 사회의 구조를 다시 짜는데 좋은 단초를 제공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회 구조는 바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벤처기업을 하던 친한 형이 해준 말이 기억난다. Gmail 처럼 몇년씩 베타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와서 한마디씩 피드백을 주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그냥 구린 서비스를 보면 한마디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안 가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합리적이고, 또 냉정하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많은 벤처가 우리나라에서는 한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엉뚱한 짓들을 하기도 한다. 지금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지금 치고 나가지 않으면…. 이라는 한탕주의식 사고방식을 부추겨서 벤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벤처라는 산업 스타일 자체를 없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모님, 장인어른 돈을 모두 긁어 모아서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투자자들이 경영자의 한번 실수를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손을 얹어서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어쩌면 이러한 문제의 발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경영자들이 뭔가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실수가 될지조차 모르고 중간에 개입하거나, 그것이 실수로 판명내 버리는 것에 너무나 조급한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것은 또 아닌지 걱정된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실패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무언가 잘못하면 그/그녀는 곧 ‘굴욕’, ‘정치생명’ 등의 자극적인 언어로 언론에 도배된다.

혹은 우리가 얼마전 안철수 교수의 시장 불출마 선언을 통해서 몇몇 정당 및 언론의 행태를 보듯이, 안철수라는 사람의 의견을 부정(deny)하거나 안철수라는 사람 자체를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중요한 것은 안철수라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공감하고, 그러한 리더가 소구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사회가 좀 더 adaptive 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Tim Harford 블로그:
http://timharford.com/

Tim Harford가 작년 내한했을 때 기사
팀 하포드 “실패에 대처하는 태도가 성공 결정”

YES 24 책 페이지 링크
http://www.yes24.com/24/goods/5140181?scode=032&OzSran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