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The Middle Passage)

2018 설 연휴동안 읽은 책이다.

한글 제목을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기가 막히게 잘 지은 제목이다.
원래 영문 제목은 the middle passage 이며, 이 책에서는 ‘중간항로’ 라고 부르는데, 중년의 시기를 나타낸다.
이 책의 부제인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이라는 표현이 사실 이 책의 본질에 더 가깝다.

내가 10줄 정도로 이해한 이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인간은 유년 시절의 자신의 이상과 꿈에 따라서 내면아이(inner child) 라는 것이 형성된다.
  • 내면아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 내면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하기도 하고, 좌절/상처 등이 투영되어서 형성되기도 한다.
  • 40대 정도가 되면 내면아이에 대해서 좀 더 직시하게 되고, 현실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어떤 것들에 상처를 입는지 등이 명확해 진다.
  • 예컨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지금껏 뭘 하고 산거지? 같은 허무한 질문에 빠진다.
  • 내면아이의 형성에는 부모의 영향이 지극히 큰데, 40대의 중간항로에 들어서면 내면아이를 극복하면서 부모나 주변 인간관계로부터의 공과 실, 명과 암도 이해하게 된다.
  •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련과 좌절이 찾아온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성화(individualize)를 해야 하는데…
  • 그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세상에 정답은 없다’ 는 것이다.

책을 다시 뒤적거리지 않고,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낸 떠오른 것이 두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는 ‘미움받을 용기’ 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아들러의 이론을 융의 이론과 대비시키면서, 오히려 융의 이론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것으로 묘사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를 읽으면서는 오히려 융의 심리학이 개체독립(?)을 더 잘 설명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심리학 이론에 대해서는 일자무식..

두번째는 김어준의 아래 동영상

사실 나는 이 동영상을 보기 전까지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이 잘 모르는 정치 뉴스에 대해서 일반인의 눈높이로 해석해주는 것에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이 동영상을 보고 나서는 좀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통적을 발견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명확한 ‘Moment of Truth’ 를 가지고 본인 인생의 변화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이 두루뭉실하고 흐리멍텅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냥’ 혹은, ‘아무 이유없이’ 본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본인의 내면에 큰 파문이 일었던 순간에 대해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위의 김어준 동영상을 보면, 김어준이 부모로부터 완벽하게 독립하게 된 순간에 대해서 굉장히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본인의 내면에 일어난 파문을 잘 인지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위의 동영상은 꽤 울림이 있고, 유튜브에서도 파급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까지도 보게 되었다.

아무튼 이번 설 연휴에 읽은 이 매력적인 제목의 책은….

정신적인 독립과 마음의 상처를 호호 불어서 다시 내 열정을 달릴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융이 말했다 (고 한다)

“우리는 무한한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