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일 (The Founders Way)

창업에 대해서는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경영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그나마 가장 쓸모있다. 하지만 창구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창업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창업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최근에 스타트업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직접 창업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굉장히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들이 많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한국적인 상황에서의 창업환경에 대해서는 설명해주는 자료가 매우 드물다.

그럼에 생각해보건대, 최근에 창업에 대한 책들이 그래도 간간이 소개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기쁜 소식이다. 브런치나 디스코 등에서도 창업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면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마도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사업을 하기에 바쁘기 때문에 글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어지간한 여유가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 VC 분들은 창업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지금은 VC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약간의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제대로 창업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은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임정민씨가 쓴 ‘창업가의 일’이라는 책은 아주 디테일한 수준 혹은 아주 짜임새 있게 창업가의 고뇌(?)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대로 중요한 부분에 모두 맥을 짚은 느낌은 들었다. 창업자로서는 여기서 한 번만 더 깊이 들어가서 이야기해주면 좋을텐데, 라고 느껴지는 구석들이 꽤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술술 잘 읽힐 정도의 적당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적어본다.

(p. 140부터) 하지만 창업가가 결코 위임히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다.

첫째, 채용과 해고, 성과보상에 관한 일이다. 채용은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구글의 창업가 래리 페이지는 불과 몇년 전까지도 모든 신규입사자들의 채용서류를 직접 보고 사인했다. CEO가 채용을 가볍게 여기고 구직 사이트에 채용공고 몇개 내고 이력서를 충분히 읽어보지도 않은 채 대충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치고 잘 되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 해고도 마찬가지다. 해고는 중대한 문제이고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결정이다. CEO나 창업가가 아니면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다. 성과보상은 인사권자로서 쓸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도구다. 이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회사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 남을지, 아니면 가장 성과가 좋지 않고 동기도 없는 사람들만 남을지가 결정된다. 아직 조직관리와 성취심리학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그 분야를 잘 아는 교수들과 친해지기를 권한다.

둘째는 비전과 목표 수립이다. 회사의 비전을 세우는 데에는 창업가의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엘론 머스크는”스페이스X는 인류가 아직 가보지 못한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 라고 회사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류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화성으로 간다는 엄청나게 큰 목표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기술개발을 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열정과 꿈이 있고,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회사의 비전은 단지 벽에 걸어놓고 보기 좋은 문구가 아니다. 회사의 비전은 창업가와 초기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믿는 회사의 가치와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비전은 구성원들이 날마다 행동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창업가의 초기 비전과 100%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수정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창업가는 언제나 회사 구성원 공통의 비전을 찾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분기 워크숍은 내가 주재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회사의 주요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인데, 과거에는 매달 해보기도 했고 1년에 한번 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찾은 가장 효과적인 주기는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이다. 매 분기 초가 되면 직전 분기를 회고한 다음 분기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가 이우러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설정한다. 이는 회사를 경영할 때, CEO로서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분기워크숍은 굉장히 공들여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 만큼 다음 석 달 동안의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나면 그다음 분기에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어든다. 모든 사람들이 분기회의에서 합의한 목표와 활동계획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그만큼 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업문화다. 창업가는 우리 회사의 문화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고 또 어떤 문화로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창업가의 마음속에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돌고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기업문화는 단지 즐거운 회식이나 체육대회 같은 것이 아니다. 또 멋진 사내카페나 식당 같은 것도 아니다. 기업문화는 창업가와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회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공통의 기억이다. 기업문화는 비전처럼 구성원들의 행동기준이 되어야 한다. (중략) 보통 기업문화라고 하면 초콜릿과 맛난 것들로 가득찬 키친과 자유로운 복장,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겉으로 보기에) 수평적인 조직과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기업문화가 아니다. 어느 회사나 돈만 있으면 멋진 사내식당과 카페를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영어 이름을 부르더라도 위해서 내려오는 의사결정과 상명하복 식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바뀌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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